[미디어펜=김태우 기자]중고차 시장의 낙후성과 만연한 사기행태를 정부 개입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시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허용해 경쟁을 촉진하고,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은 10일 '완성차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입 영향과 시장전망'을 주제로 열린 '제22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기조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 /사진=자동차산업연합회 제공
온라인으로 개최된 이날 포럼에서 정 회장은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차량 이력 등에 대한 거의 완전 정보를 갖고 있는 판매자가 차량 구매자의 정보 부족을 악용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시장의 본질적 특성에 더해 진입 규제로 인한 시장 폐쇄성이 더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교통부가 중고차 평균 시세와 상품 차량 정보 공개, 매매종사원 교육 이수 및 자격제도 도입, 중고차 성능점검업자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 제도 개선책에 더해 행정력 투입과 형법적용 확대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을 언급한 뒤 "그럼에도 후진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시장 낙후성과 사기행태 만연을 여전히 정부개입과 행정력 투입으로 해결한다는 일부 인식이 있으나, 이는 중고차 시장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차량 운행, 정비 관리 이력 등 차량 전주기에 걸친 데이터 미비 등으로 거래당사자간 정보비대칭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행정력 투입이 강화돼도 사기행태 근절은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행정자원의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근본적 해결은 진입 장벽 철폐 등 경쟁촉진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완성차업체들의 시장진입시 기 판매된 차량들의 재구매 가능성으로 인해 각 차량의 전주기(신차~폐차) 동안의 운행 이력과 정비관리 이력 데이터 획득과 축적 시스템 운영이 불가피해지면서 사기 행태의 원인이었던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비대칭성이 근원적으로 사라져 시장후진성은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완성차업체에 대한 중고차 시장 진입규제가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완성차업체는 헌법상 기본권을 향유하는 법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진입 금지는 직업의 자유에 해당되는 영업의 자유, 평등의 원칙, 소비자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경제민주화 조항과도 상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신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현대자동차나 기아와 같은 특정 업체의 독과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정 회장은 "기우"라고 일축했다.
그는 "완성차 업체들의 진입시 2026년 중고차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은 최소 7.5%, 최대 12.9%에 불과할 전망"이라며 "공정거래법이 1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3개 이하 기업들의 합계 시장점유율이 75%이상인 경우 독과점으로 규정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독과점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전망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신차·중고차 판매추이, 업체별 시장점유율, 사업계획과 상생(안) 등을 고려시 2026년 중고차 판매대수는 최대 27만대수준으로 추정되는 점과,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진입이 시장신뢰성 제고로 이어져 현재 신차대비 1.4배 규모인 중고차 시장규모도 선진시장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한 것이다.
정회장은 "완성차 업체가 이미 진입한 외국의 경우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따라 후생이 크게 증가한다"면서 "오는 3월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9년 2월부터 시작된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대한 논의를 3년간 끌어오다 올해 1월 14일에서야 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또 다시 결정을 미루고 대선 이후인 3월에서야 재차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