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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광화문] 한국증시, 개미핥기

2022-02-10 16:48 | 김진호 부사장 | sedtiger@hanmail.net

미디어펜=김진호 부사장

주식 초보자를 의미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가 친근합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빈사상태에 빠졌던 2019년 초부터 본격 입문했습니다. 엄청난 주가 하락으로 자본시장의 꽃인 주식시장이 위기에 빠졌을 때 한국증시를 구했다는 의미로 동학개미로 불리기도 합니다. 

현재 주식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는데 2019년 이후 400만 명에 가까운 동학개미가 주식시장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소액 투자자인 동학개미는 청년부터 은퇴자까지 다양한 연령분포를 나타냅니다. 과거 '주식은 투기'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자유로운 이들은 불안한 사회안전망을 주식시장에서 찾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체감되지 않는 정부정책에 실망한 청년들이 결혼과 주택구입, 그리고 미래를 위한 재테크를 꿈꾸며 주식계좌를 열었습니다. 수명은 늘었으나 턱없이 부족한 연금에 고민하던 연령층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개미로 불리는 소액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개미들은 투자금의 9%에 이르는 약 2조6000억 원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합니다. 개미들의 분노는 손실에만 기인하지 않습니다. 주식이 위험을 동반하는 투기적 자산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분노의 가장 큰 이유는 왜곡된 한국증시가 개미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 때문입니다. 특히 개인과 함께 주식시장의 3대 축인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모럴해저드와 불공정한 제도는 개미핥기의 원흉으로 지목됩니다. 개미의 눈물을 빼는 공매도 제도의 경우 정부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필요성만 강조할 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한다고 주장합니다. 

고가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 후 주가가 하락하면 매수해 갚는 공매도는 외국인과 개인투자자간 공매기간 차별 등으로 개미들이 무방비로 당한다는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해 외국인이 한국증시에서 공매한 금액은 무려 71조4281억원으로 7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된 통계자료가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해지펀드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간제한이 없는 규정을 이용, 엄청난 공매 거래후 하락 때까지 기다려 주식을 매매하면 당할 장사가 없다는 개미들의 하소연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이어 각종 보고서와 자료를 통해 공매한 주식의 하락을 부추긴다는 그럴 듯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형편입니다. 

개미로 불리는 소액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개미들은 투자금의 9%에 이르는 약 2조6000억 원가량의 손해를 봤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한국증권 시장은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의 2215억원이라는 횡령사건에 얼어붙었습니다. 범행 후 잠적한 범인이 붙잡혔으나 전체 횡령금액을 환수하는데 실패했고 오스템임플란트는 거래정지된 상태로 상장폐지를 여부를 심사받고 있습니다. 만약 상폐될 경우 수많은 개미투자자의 손해는 명약관화합니다.

자동차배터리 전해액 등을 제조하는 에코프로비엠은 5~6명의 임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거래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10만원을 넘지 않던 주가가 3~4배 뛰는 동안 배터리시장을 선도하는 미래가치를 인정받아 수많은 개미들이 투자에 나섰지만 검찰수사 소식에 주가는 반토막이 났습니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와 달리 소액인 개미들은 눈물을 머금고 손절하거나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넋놓고 기다릴 뿐입니다.

주식시장에서 국민주로 추앙받던 카카오페이도 개미의 허리를 밟았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상장과 함께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임원들의 도덕불감증에 무너졌습니다. 지난해 12월 신임 대표를 비롯한 임원 8명은 870억원에 스톡옵션 차익을 실현했습니다. 그것도 '코스피 200지수' 편입이라는 호재를 틈탄 것으로 나머지 스톡옵션도 빠른 시일내 처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주식시장은 임원들의 무책임한 행위를 기업의 약탈성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 아니라 주가가 고점을 찍은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한 때 15만원에 이르던 주가는 현재 8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도 주주가치에 대한 회의감을 주고 있습니다. 모(母)회사인 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해 상장하자마자 100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으로 전체 주식시장 2위에 올랐습니다. 회사는 신이 났습니다. 100조원이 넘는 공모자금으로 신규투자를 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보이며 회사의 미래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배터리의 가치를 믿고 LG화학의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상황입니다. 100만원을 넘나들던 LG화학 주가는 현재 60만 원대로 폭락했습니다. 정부가 선진사례로 꼽는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각종 소송으로 이어지겠지만 한국증시의 경우 제도미비로 눈뜬 채 당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주주가치 훼손은 개미 눈물보다 못한 배당금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증시 배당수익률은 1.2%로 세계 주요 주식시장 36곳 가운데 33위에 그쳤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은 물론 일본, 중국, 대만 등에도 못미치는 배당률로 "회사는 부자지만 주주는 가난하다"는 속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주의 투자금으로 성장한 회사가 성장의 열매를 독식한다는 개미들의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자, 특히 개미들이 장기투자를 외면하고 있어 주주친화정책을 펴기 힘들다고 하지만 이는 기업이 자초하고 있다는게 주식시장의 통설입니다.

또 순익 1조원 파티를 벌이고 있는 국내 증권회사들도 개미들을 상대로 고액의 이자놀이로 개미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28개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신용융자를 해주고 받은 이자수익은 무려 1조3432억원이 달합니다. 증권사들은 빚내서 투자하는 개미들의 욕심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포장지만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는 '신용'이라고 하지만 투자자의 주식을 담보로 하고 있어 위험부담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용에 문제가 발생하면 주식계좌를 관리하는 증권사가 강제 변제해 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7일 이내 신용융자 기간에 3~7%, 3개월이면 9%에 이르는 이자는 "안전자산을 담보로 하는 고액의 이자놀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1월말 미국과 달리 한국증시가 폭락하자 전문가들은 원유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한국증시를 제외한 일본, 대만, 중국 증시는 반등에 성공하자 고개가 끄덕이는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껏 남한과 북한의 대치 중인 지정학적 위험을 덧붙였습니다. 외신을 보면 남북관계 못지않게 대만과 중국의 상황이 험악한 것을 쉽게 접합니다. 

지금은 베이징올림픽 때문에 잠잠하지만 대만과 중국간 무력충돌이 코앞인 것처럼 느낀 경우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남북간 대치상황이 한국증시만 누르고 있다"는 분석은 궁색해 보입니다. 오히려 개미핥기 같은 한국증시의 내재된 불공정한 제도와 관례가 문제라는 지적이 합리적으로 다가옵니다.

주식인구 1000만명 시대 한국증시는 철저한 자본논리와 공정성을 담보해 우리사회 새로운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이 기대됩니다. /미디어펜=김진호 부사장

[미디어펜=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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