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BBQ)와 bhc가 연초부터 법적 공방에 불을 지폈다. 물류용역대금 청구 소송 판결을 두고, 두 회사는 서로 자신들이 승리한 건이라며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이번 판결이 양사에 얽힌 민·형사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11일 bhc는 입장문을 내고 “BBQ는 bhc에 179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며 “(bhc)가 물류용역대금 소송에 승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판결을 두고 전날 BBQ가 “법원은 bhc 손해배상청구액 대부분을 기각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원고(bhc)가 90% 부담하는 것으로 선고했다”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고 선제공격한데 따른 반박인 셈이다.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왼쪽)과 박현종 bhc그룹 회장(오른쪽)/사진=각 사 제공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이원석 부장판사)는 bhc가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와 계열사 두 곳을 상대로 낸 물류용역대금 등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너시스BBQ와 계열사들이 bhc에 물류용역대금으로 총 33억7000여만원, 손해배상금으로 99억7000여만원 등 총 133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판결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물류용역 대금에는 BBQ가 계약 해지를 통보한 2017년 이후 연 6∼8%의 지연손해금이 붙는다.
bhc는 일부라도 손해배상금을 인정받았으니 이겼다는 것이고, BBQ는 당초 bhc가 청구한 2400억원의 4%에 불과한 금액이니 자신들이 승소했다는 주장이다. 양 측은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맞붙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부 승소 판결에서 승자는 따로 없는 셈이지만, 소송을 제기한 bhc측 청구액의 극히 일부분만 인정된 만큼 BBQ가 선방한 것으로 본다”며 “쉽게 말하면 (bhc가) 과잉 진단서를 뗀 것과 같다”고 말했다.
BBQ로부터 bhc가 2013년 독립한 이후, 두 회사는 지난 8년여간 소송만 23건을 주고받았다. 개별 사안은 다르지만 전반적인 소송의 취지를 보면, BBQ는 “bhc가 영업비밀을 침해했기 때문에 각종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이다. bhc는 “BBQ의 일방적인 방해로 손해를 본 만큼 보상하라”는 얘기다. 두 회사 간 신뢰관계를 누가 먼저 파기했느냐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법조계와 외식업계는 현재 진행 중인 박현종 bhc 회장 형사재판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박현종 회장을 BBQ 전산망에 무단 침입한 행위에 대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여태까지 당사자 간 싸움이었던 민사와 달리, 박현종 회장 형사재판은 검찰에서 기소한 사안이라는 데도 무게가 실린다.
BBQ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 변호사는 “박현종 회장의 휴대폰에서 BBQ 고위 임원 등의 BBQ 내부 전산망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기재된 사진이 압수됐고, 검찰 진술과정에서 박현종 회장 스스로 해당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bhc 전산팀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사실 등을 자백했다. 본 사건의 항소심에서 신뢰관계 파괴행위를 명백하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hc 관계자는 “그동안 BBQ는 당사 임직원 대상으로 수차례에 걸쳐 영업 비밀 침해 관련 고소와 소송을 제기했지만 bhc가 영업 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검찰과 법원의 판단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물류대금 청구 판결 역시 경쟁사를 죽이기 위해 판결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 보도문을 배포하는 등 사실관계와 법리를 무시한 일방적 주장임이 또다시 입증됐다. 이에 대한 엄중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