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다음달 주주총회가 예정된 금호석유화학에서 다시금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해 주주총회에 이어 최근 주주제안을 발송한 바 있다. 주주제안은 일반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배당 및 이사·감사 선임 등의 의안을 직접 제시하는 것으로,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요구사항을 회사에 제출하면 주총에서 해당 의제를 다루게 된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왼쪽)·박찬구 회장/사진=위너스피알·금호석유화학
이번 제안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명의 후임 후보 추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8.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10.16%로 올라간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지난해말 금호석유화학과 OCI가 상호 맞교환한 자기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린(박 전 상무측 법률대리인)은 "상법상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면서 "이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과 그 실질과 효력이 동일한데 분쟁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우호주주에게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을 하는 것은 기존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등 그 효력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기본 입장이고, 이는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자기주식을 취득하도록 한 뒤 계약 등을 통해 그 주식의 의결권을 사실상 행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발의한 바 있다.
업계는 이번 경영권 분쟁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상무가 지배구조 개선 등 변화를 앞세워 창을 던지고, 박찬구 회장을 비롯한 사측이 실적이라는 방패를 들어 이를 막아서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과 박준경 부사장 및 박주형 전무 등을 합한 오너 일가의 지분은 14.84%로 집계되는 등 박 전 상무측 대비 4.68% 높지만, 양 측 모두 승리를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사격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 주가 추이(2021.1.5~2021.2.11)/사진=네이버 금융 캡처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경영진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을 들어 박 회장의 손을 들었으나, 지분율은 8.16%에서 6%대 중반으로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30%에 달했던 외국인 투자자 비중도 20%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승자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박 전 상무가 사내이사로서 경영진을 견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서 사측 후보(64%)가 박 전 상무(52.7%)에 앞서면서 선임됐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나노튜브(CNT) 소재 및 에폭시 제품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신성장동력도 육성하고 있으나, 경영권 분쟁 이후 떨어진 주가가 관건"이라며 "배당 확대를 둘러싼 소액주주들의 니즈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금호석유화학은 매출 8조4618억원·영업이익 2조4068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NB라텍스 호황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각각 75.9%·224.3% 급증한 것으로, 금호폴리켐을 100% 자회사로 만드는 등 합성고무부문 경쟁력도 강화했다.
바이오 실리카를 적용한 친환경·하이엔드 합성고무 복합체 사업도 추진하고 있으며, 금호리조트에서도 시설 업그레이드를 비롯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올해는 NB라텍스 공급 확대 및 합성수지 수요 감소 등으로 주력 제품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