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제20대 대통령선거가 20일 가량 남은 가운데 규제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300개 기업들 대상으로 새 정부 규제개혁 방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94.7%가 '낡은 규제 정비'와 '이해갈등 조정'을 꼽았다. 입법영향평가 실효성 제고 등 '규제 총량 관리 강화'라고 답변한 기업도 93.3%에 달했다.
10일 CJ대한통운 본사 1층 로비를 점거한 택배 노조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규제정책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선진국 수준 규제 완화'가 48.7%로 가장 높았고, 법을 준수하는 모범기업에 대한 자율규제 확대가 33.7%로 뒤를 이었다. '현행 수준 유지·강화'는 17.6%에 머물렀다.
분야별 개혁 과제를 보면 고용·노동분야에서는 노사간 균형을 위해 관련 제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에 달했고, '노사 자율협의 영역 확대' 및 '법상 과도한 형벌제재 합리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산업·안전분야의 경우 '근로자도 안전의무를 준수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46%로 나타났다. 지난달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부담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국내 한 공장에서는 통행금지를 위해 설치한 쇠사슬을 넘어 지나가던 근로자가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대기업 관련 규제에 대한 질문에서는 '신산업·신시장 분야에 한해 완화해야 한다'(48.7%)와 '경쟁국에 없는 규제 조항의 전면개정'(43%)에 대한 응답비율이 높았다. 석유수입관세 등 기업과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규제만능주의 △공무원 소극행정 △규제개혁 관련 인력·조직 및 권한 부족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차기 정부에서도 환경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문제가 생길 때 마다 규제가 신설되니 다른 규제가 개선돼도 체감하기 어렵고, 한번 생기면 없애기도 쉽지 않아 오랫동안 기업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역대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개혁 노력에도 현장에서 느끼지 못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최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노동조합 편향적이라고 평가했으며,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제 도입 및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국민연금의 주주대표 소송은 이사가 법·정관 위반 등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을 때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손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가 정신을 저해할 수 있고,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으로 확산되면 효율적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국민들도 일자리 창출과 기업 규제 완화 및 미래성장동력 확충 등 경제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며 "규제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