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파기 시사 이후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개최되고, 5년만에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새롭게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을 환영하면서 특히 한미일 3자 안보 협력 진전을 약속했다. 성명에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도 포함됐다.
북한의 끊임없는 핵무력 증강이 또다시 위협으로 다가온 시점에 체결된 공동성명인데도 사실상 북한이 새롭게 느낄 만한 결과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에 한국정부가 미·일에 대북 관여를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반도 문제 논의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 직후 특파원들과 만나 “우리 측이 회담에서 몇 가지 대북 관여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 측이 상당히 경청했다”며 “앞으로 적절한 계기에 구체적인 내용을 (언론에) 설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같은 날 외교부 출입기자단 대상 화상 브리핑에서도 “여러 현실적인 (대북 관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특히 한미·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그런 논의가 상당히 깊이 있게 오갔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회담 결과로서 어떤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다고 밝히기에는 좀 시기가 이른 것 같다”면서 우리정부가 제안했다는 새로운 대북 관여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이벤트성 방안보다 북미 간 향후 비핵화 협상을 염두에 둔 핵동결을 성사시킬 수 있는 방안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부터)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12일(현지시간) 하와이 아태안보연구소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3자 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2.13./사진=외교부
북한이 1년에 핵무기 5~7개를 추가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대선이 임박했고, 새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려면 1년 이상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문재인정부의 남은 임기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령 그동안 한국은 물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언급됐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친서’의 필요성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안했던 정권교체, 정권붕괴, 흡수통일, 침공이 없다는 ‘대북 4노(NO)’ 정도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전문가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는 임기 마지막까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어떤 이정표를 만들고 싶어하겠지만 이번에 한계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중국을 극도로 자극하는 선택과 대북 관여라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선택을 맞교환한 점을 들었다.
이런 지적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이 첫째, 대북 한미동맹을 반중 동맹으로 전환하려는 의지 둘째, 한미일 안보협력 추진에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런 분석은 문재인정부의 임기가 3개월 남짓 남은 점도 있지만 그동안 바이든 정부가 보여온 대북 입장이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친 지금 시점에서 달라질 가능성은 적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세기의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문재인정부는 임기 말까지 대북 관여 필요를 주장하면서 차기 정부를 위해 징검다리를 놓는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신년사에서 종전선언 언급이 빠진 이후 이번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종전선언이 논의되지 않는 등 이미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남북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의 국내 상황을 점검해보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을 맞아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해 북·중·러 협력 구도까지 정착시켜나가고 있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갈등을 겪으면서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정치를 풀 해법을 못 찾고 있다. 한국은 3월 9일 대통령선거 이후 대북정책 및 대외정책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