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강성부 KCGI 대표가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제안에 나섰다. 한진칼 적자와 조현민 ㈜한진 사장 선임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3자연합이 와해된 현 시점에 주가를 띄워 다른 투자처에 힘을 쏟고자 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강성부 KCGI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15일 KCGI는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속에서도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이 7150억원을 거뒀다"면서도 "(모회사) 한진칼은 2020년말·2021년 3분기말 누적 기준 각각 2200억원·16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자회사 호실적이 지주사의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지도록 이사회가 노력해야 함에도 한진칼은 공시 등 시장과의 소통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적절한 설명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현민 ㈜한진 사장 선임 건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을 승진시키는 건 기업 가치·회사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회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KCGI는 기업 가치 훼손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며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견제 장치·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KCGI는 △전자 투표제 도입 △이사 자격 기준 강화 △서윤석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제안했다.
한진칼 관계자는 "주주 제안을 정식으로 접수하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CGI가 주주 제안을 한 건 2020년 이후 근 2년 만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과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 연합'(3자 연합)을 구성해 조원태 회장을 지분율로 압박했으나 일부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인정받지 못해 주총에서 참패했다.
이후 한국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조 회장의 '흑기사'로 전면에 등장하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진칼 지분 10.6%를 얻게 되자 KCGI를 포함한 3자 연합의 운신의 폭이 줄었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3월에는 주주 제안을 하지 않았고, 이후 3자 연합은 해체됐다.
하지만 KCGI의 한진칼 주주 제안에 대해 시장은 사실상 내용이 2년 전과 같고,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KCGI가 제안한 정관 변경안과 사외이사 추천안은 당시 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KCGI는 서 후보자를 당시에도 추천한다는 뜻을 피력했으나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많아 이 역시 실패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현재 한진그룹 내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계열사는 사실상 대한항공과 ㈜한진 뿐이다. 한진칼이 적자를 보는 건 진에어와 같은 기타 자회사들이 코로나19 초장기화로 경영 실적이 나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대거 현금 출자를 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조현민 사장 승진은 ㈜한진이 1958년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실적을 낸 점에 대한 보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 속 주주 제안에 대해 재계에서는 주가 부양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현 경영진에 대해 재차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경영권 분쟁으로 비춤으로써 주가 상승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KCGI가 쌍용차 인수 자금 마련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차익을 얻고 안전하게 '엑시트'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KCGI가 이야기 하는 한진칼 적자와 조현민 사장 반대 논리는 명분 쌓기라고 본다"고 했다.
KCGI는 최근 에디슨 모터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3048억원에 달하는 쌍용차 인수에 뛰어든 상태다. 아직 투자금을 넣은 상태는 아니나 강 KCGI 대표는 재무 투자자로 참여한다.
여러 특수 목적 법인(SPC)들을 통해 한진칼 지분 17.29%를 보유한 KCGI는 평균 3만원대에서 주식을 매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일 14시 기준 한진칼 주가는 5만5300원으로, 여전히 KCGI는 수익 구간에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