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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번째 환매투쟁 나선 디스커버리 피해자들…장하성·김상조는?

2022-02-16 17:20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IBK기업은행과 하나은행, 일부 증권사 등이 판매하다 환매 중단된 디스커버리펀드 사태가 4년째 표류 중인 가운데, 피해자들이 기은 본점 앞에 또 다시 모였다. 지난 2019년 2월 집회를 시작으로 횟수로 178번째다. 

피해자 측은 지난 2017년 당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사가 업체로 등록한 지 6개월도 안 된 점, 판매실적 및 업력이 전무한 점, 전문사모펀드사로 등록한 지 11일만에 거대 국책은행인 기은에서 대량 위탁 판매한 점 등을 언급하며 수사당국이 이들의 '보이지 않는 유착관계'를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펀드 피해자들에게 사적화해 방식으로 100%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16일 기은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원 기은 행장과 정부, 금융당국에 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기은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는 16일 기은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원 기은 행장과 정부, 금융당국에 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조순익 대책위 사기피해대책 부위원장은 "(디스커버리 사태는)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 장하원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를 자신들의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각종 사기적 수법을 총 동원해 피해를 안긴 사건이다"며 "사모펀드 사태 중 가장 먼저 환매가 중단됐으나 근본적 해결도 없이 4년째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은행은 전국 PB들을 통해 절대 안전한 상품이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동생, 장하원이 판매하는 상품이라 청와대가 든든한 배경인 것처럼 고객을 현혹했다"고 강조했다. 상품의 구조적 안정성을 강조한 것과 더불어 청와대 핵심인사의 동생이 펀드를 운용하는 점을 들어 금융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줬다는 주장이다.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는 2019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가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의 법정관리로 환매가 연기되면서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일어난 사건이다. 기은은 이 펀드의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상품과 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를 판매했고, 하나은행은 글로벌채권펀드를 판매했다. 

사태 발발 이후 은행과 피해자 간 일부 보상이 이뤄졌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배상비율을 두고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전체 펀드 판매액 3612억원 중 환매중단액은 2562억원이고, 미해결잔액은 기은 약 450억원, IBK투자증권 112억원, 하나은행 130억원 등이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선지급 방식으로 100% 보상을 결정해 피해자들을 구제했다. 

대책위 "왜 기은만 배임죄·자본시장법 위반 운운하나" 

이날 대책위는 이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기은이 사적화해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같은 펀드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헌법상 배임죄와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에도 불구, 선지급 100% 보상을 진행했기 때문. 이 결정이 위법 논란에 휩싸이거나 금융감독원의 제재사안으로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신장식 변호사(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는 "윤종원 행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헌법상 배임죄 때문에 (전액 보상을) 해주고 싶어도 못한다고 했다"며 "경영판단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배임죄가 자본시장법상 위반이 안 된다는 법률의견서를 수차례 보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뒤이어 "최근 한국투자증권에서 똑같은 디스커버리펀드인데 100% 배상했다"며 "한투에서 배임죄로 감옥에 간 사람있나. 기소된 사람있나.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금감원에서 지적받은 사람있나. 한 사람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도진 전 기은 행장과 장하원 대표 간 관계도 주요 변수로 언급됐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김도진 전 행장이 현 정부에서도 계속 자리를 지키면서 3년 임기를 채웠기 때문이다. 더불어 장 대사와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윤종원 전 경제수석이 후임 기은 행장으로 간 점 등이 부실을 감추기 위한 가림막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 변호사는 "금감원이나 수사당국에서 규명해야 할 부분은 김도진 전 행장과 장하원의 관계다"며 "납품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김 전 행장과 장하원 사장 간 관계, 작은 회사의 물품이 큰 국책은행에 납품되는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종원 행장은 장하성 정책실장 밑에서 경제수석으로 있던 사람이다"며 "청와대에서 정책실장 밑에 있던 윤종원 행장을 (내려)보냈을 때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시그널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대책위는 이 펀드가 부실 위험성이 다분했음에도 기은이 판매중단하지 않은 점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디스커버리펀드는 미국 역외재간접펀드로 미국에서 운용 중인 펀드에 국내 금융권이 고객에게 수취한 돈을 재투입하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이 펀드를 운용한 DLG사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서한(letter)을 통해 곧 파산할 것임을 공지했다. 공지 이후에도 기은을 비롯해 IBK투자증권이 펀드 판매를 이어가면서 화를 키웠다.

신 변호사는 "(DLG가 파산하는 것을) 알고도 팔았다면 더 큰 문제이고, 미국 고객에게 파산한다고 레터를 보내는 걸 몰랐다면 기업은행이 변명할 수 있는 얘기인가"라며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피같은 돈을 잘 관리해야 할 의무를 기은도 디스커버리도 해태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품 납품을 결정할 때 장하원이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팔았는지, 기은은 그런 부실상품이 기은에 납품되는 걸 알고도 팔았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장하원-장하성-김상조, '보이지 않는 커넥션'있나?

장하원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인 장하성 현 주중대사의 친동생이다. 최근 경찰이 디스커버리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명단자료에서 장 대사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가입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이 펀드에 '개방형'으로 가입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개인 피해자 대부분이 펀드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에 가입한 것과 달리 정부 인사가 돈을 납입한 지 3~6개월 후 때에 따라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에 가입했다는 점에서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환매했는 지가 논란이었다. 

두 인사는 입장문을 통해 "환매를 청구한 적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장 대사는 지난 10일 입장문에서 "일체의 환매를 신청한 사실도 없고 환매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특혜 의혹에 대응했다. 김 전 실장도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환매를 청구하거나 수령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폐쇄형과 개방형의 문제가 아니"라며 "두 인사가 부실을 인지하고 투자금을 전액 회수했는 지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폐쇄형 1~32호 펀드는 만기가 되어 모두 돈받고 나갔다. 개방형도 신청해서 3~6개월 약정 뒤 돈 받고 나갔다면 문제되지 않는다"면서도 "부실이 있으니 빨리 찾아가라는 내부정보를 받아서 엑시트(인출)를 했다면 문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의환 대책위 상황실장은 "이들이 저희와 같은 환매를 못 받은 피해자라는 점은 사실이라고 믿고 싶다"면서도 두 인사의 해명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펀드 가입시기 △펀드종류 △판매 및 연계된 금융사 △환매받지 않고 타 증권사로 이관한 경위 △손실규모 등을 소소히 밝혀야 피해자를 비롯한 대국민 의혹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국책은행 기업은행이 무엇 때문에 리스크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미친듯이 디스커버리펀드를 팔았는지 궁금하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커넥션이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과 법원에서 입증된 범죄 사실에 대해 철저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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