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일주일 가까이 멈춰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간의 '야권 단일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3일 안 후보가 먼저 '국민 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국민의당 유세 버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당원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안 후보는 지난 15일부터 줄곧 빈소를 지키고 있어, 단일화 논의는 일단 멈춰선 상태였다.
그러나 안 후보가 오늘(18일) 단일화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지지부진하던 단일화 논의가 다시 활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멈춰 섰던 단일화 시계가 어느 방향으로 다시 돌 지 관심이 모아진다.
안 후보는 이날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더 강하게, 더 단단하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분열이 아닌 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진행 될 야권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월 16일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세버스 사고로 숨진 고(故) 손평오(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장례식장을 찾아 안 후보와 대화 후 빈소를 나서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안 후보는 지난 15일 사고 이후 대선 유세도 전면 중단한 채 줄곧 ‘유세버스 사망사고’ 추모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당은 버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발인이 끝날 때까지는 장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 19일부터 다시 유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안 후보와 윤 후보 간 야권 단일화 문제도 안 후보 유세 재개 후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윤 후보는 지난 16일 천안에 위치한 고(故)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빈소를 찾아 안 후보와 25분간 독대했는데, 양당 모두 두 후보 간 단일화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두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당 내에서는 단일화가 아닌 안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힘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7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안 후보의 결단에 따른 사퇴나 이후 지지 선언 정도만 언급하지 따로 협상을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또, "안 후보가 결단을 내린다면 미뤄졌던 합당 같은 것들도 당연히 검토하는 장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실제 여론조사 단일화를 하려면 시점이 한참 지났다. 우리 후보 입장에서는 사실 선거운동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슈도 선점해서 주도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갑자기 정치 공학적인 단일화 문제가 선거의 중심에 등장하는 것은 선거 흐름을 깨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이 '후보 단일화'가 아닌 '안철수 자진 사퇴론'을 들고 나오면서 압박에 나서자, "절대 굽히지 않겠다"며 사퇴론을 일축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완주 가능성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는 18일 고(故) 손평오 지역 선대위원장의 영결식에서 "저 안철수,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손 동지의 뜻을 받들겠다"며 "결코 굽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손 동지와 우리 모두가 추구했던 그 길을 향해 저 안철수는 강철같이 단단하고 동아줄처럼 굳건하게 그 길을 가겠다"며 "반드시 이겨서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기득권 없는 공정한 세상, 정직한 사람들이 존중받고, 땀 흘린 만큼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안 후보가 유세차량 사고도 있었고 이런 일 때문에 중도하차 하는 이미지를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고, 이번 주는 넘겨 놓고 당당하게 (협상)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단일화를 할지 또 다른 결정을 할지 다시 논의를 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 안철수 후보가 내놓은 메시지는 그런 면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 후보가 주장하는 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두고는 "안 후보나 참모진 모두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예측이 된다면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나. 지금까지는 안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 1~2주를 남겨놓고 다시 여론조사나 이런 방식을 주장하는 건 일반 국민이 봐도 안 맞는 것"이라며 "순리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