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연이어 물적분할을 발표하며 주식시장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지배구조 개선 명분으로 분할을 단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핵심 자회사를 따로 상장시켜 대주주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최근 불거지고 있는 물적분할에 대해 파헤쳐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내달 9일은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일이다. 이제 불과 2주 정도 남아 있는 선거일정 앞에서 지지율 양상은 여전히 엎치락뒤치락 하며 각 진영과 지지자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아직 어느 한쪽이 승리를 확신할 만큼의 격차는 벌어지지 않았다. 각 후보들은 세상만사를 공약으로 내걸 기세로 모든 이슈에 대해 장밋빛 약속을 하는 중이다.
유력 후보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은 모두 물적분할 문제에 대해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이번 대선의 특징은 당선이 유력한 두 후보가 모두 법조인 출신이라는 데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변호사 출신이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검찰총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당선 이후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공약에는 다분히 법조인의 시각이 섞여 있는 듯하다.
주식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들의 시선은 관련 공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공매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자본시장 범죄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함께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물적분할에 대한 각 후보들의 입장에도 많은 시선이 집중된다.
큰 틀에서 두 후보 모두가 최근 불거진 물적분할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 다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과 카카오의 주가 하락 등이 여론을 얼마나 동요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우선 이재명 후보의 경우 기업 인수·합병, 물적분할 과정 등에서 대주주의 탈법과 소액주주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후보는 “대주주가 물적분할 등으로 소액주주를 배제하고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를 활용해 대주주를 견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도 주식 물적분할 요건을 강화하고, 주주 보호대책을 제도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분할 자회사 상장을 제한하고 상장 시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배정하는 방안 등 보호대책을 확실히 세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아울러 윤 후보는 "물적분할 시 기존 주주들에게도 신주 인수권을 일부 부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사진)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 등의 사례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관련 규제 개선을 약속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기업인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또한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 등의 사례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면서 “소액주주들은 피해보고 대주주만 이익 보는 분할 상장, 즉 물적분할된 회사의 상장을 금지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사례로 들면서 “(알파벳은) 구글을 비상장 자회사로 물적분할 했는데, 이처럼 원칙적으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상장회사가 새로운 자회사를 물적분할한 후 상장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구체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현재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했을 때 이‧윤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75~80%, 안 후보까지 합하면 90%에 육박하는 지지율 총합이 나온다. 이들 중에서 다음 대통령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결국 물적분할 문제는 다음 정권에서 어떻게든 개선된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구체적인 법 개정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겠지만, 이미 국회에서도 비슷한 방향성을 띤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물적분할이나 도덕적 해이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대선 후보들의 자본시장 공약이 상당히 강경한 논조를 띠게 됐다”면서 “CJ ENM 물적분할, SK온 상장 등 관련 이슈들은 당분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요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