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야권 단일화 결렬' 선언이 대선 정국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다만 양당 모두 결렬 선언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철수 후보에 대해 열린 입장을 취했다. 가능성이 제로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사실상 단일화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안 후보의 이번 결렬 선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입장에선 대권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정권교체' 여론이 아직 50%중반대로 공고하기 때문이다. 이는 1월에 이어 2월 여론조사에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코로나 피해 극복과 대응 방안' 기자회견을 마치고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맞선 이재명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실적·실력 등 '인물론'을 내걸고 임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비해 바로 이 점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에 기인한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1월에 이어 2월 전국단위 대통령선거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다소 '열세'에 놓여 있다. 최근 들어 오차범위 밖으로 윤 후보가 앞서는 조사 결과가 더 많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스스로 30%중후반대로 묶여 있는 박스권을 넘으면서, 동시에 50%를 넘는 정권교체론이 허물어져야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3월 9일 대통령선거일까지는 단 2주 남았다. 전국 유권자에게 동시다발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TV토론의 기회는 21일, 25일, 3월 2일 단 3차례 남았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21일 본보 취재에 현재의 판세와 관련해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은 정권교체론의 압도적인 구도를 약화하는 호재 맞다"며 "하지만 이를 굳이 드러내거나 대놓고 환영할 이유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아직은 초접전 박빙 판세라고 본다"며 "이러한 박빙이 이어질수록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지지층의 결집 여부"라고 보았다.
특히 그는 "아직 2주 남았다, 반등의 계기가 2~3일 만에 갑자기 생길 수 있는 시간"이라며 "4자 구도는 계속 가리라 본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이 관건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본보의 취재에 "시간이 흐를수록 양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양강 후보에게 쏠릴 수 밖에 없다고 본다"며 "안철수 후보의 이번 선언이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5~10% 정도의 안 후보 지지율이 그대로 갈 것으로 본다"며 "안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그것이 윤 후보와 이 후보에게 분산될 것으로 관측하기 때문에 이제 '안철수'라는 외부 변수는 거의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윤 후보와 당이 최선을 다해 유권자에게 다가갈 때"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안 후보가 대선 완주를 선언했지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은 오히려 윤 후보에게로 옮겨 갈 수 있다"며 "이번 결렬이 윤석열 후보의 책임으로 표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여파가 있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선거가 단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박빙 구도는 이어지고 있다. 다소 밀리는 형세의 이 후보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는 변곡점을 맞았다. 대선 판세가 뒤집힐 결정적 한방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