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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이 '우범시민' 제도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2015-03-30 16:27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성빈 변호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지난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47명 중 226명이 압도적으로 찬성하여 통과시킨 법률이 있다. 소위 ‘김영란법’이 그것이다. ‘김영란법’의 정식 법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국회를 통과한 법은 지난 27일 공포되어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다음 내년 9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는 경우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과태료 처분을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첨예하게 논쟁이 되었던 분야는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으로서 공직자의 범위였다. 정부가 애당초 제출한 법안과는 달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에는 일반 공무원 이외에도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 각급 학교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 언론사의 임직원 등까지 공직자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특히 언론의 비판이 거세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뿌리뽑겠다는 취지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최초 제안한 법률안이 정무위 법안심사를 거치며 공공성을 띠는 사립학교 교직원이나 언론사의 임직원까지 부정청탁 금지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기자들까지 법적용 대상이 되었다 한다.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시킨 것은 촌지를 의식한 듯하고, 언론사 종사자를 포함시킨 것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대언론 홍보활동 과정에서 이뤄지는 접대관행을 염두에 둔듯하다.

한국교총의 대변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원은 이미 관련 규정상에 금품이나 향응 수수시에는 승진이 영원히 제한이 되고요. 특히 서울시 같은 경우에는 1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파면이나 해임처분을 받도록 엄격하기 규정되어 있어서, 거기에 더해서 형사처벌까지 받는 그런 이중처벌 논란은 계속 있을 것 같습니다”라면서 50만 교육자가 부정의 온상으로 비춰져 사기가 저하되지 않을까 걱정이라 하였다.

   
▲ '김영란 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대한변협은 3월 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민간 언론을 법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부정청탁의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하여 검찰과 법원에 지나치게 넓은 판단권을 제공하였다. 이는 평등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라고 위헌성을 지적하였고 “이대로 시행될 경우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가 크게 침해되고, 무엇보다도 수사권을 쥔 경찰이나 검찰이 이 법을 언론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심히 우려한다”며 지난 3월 5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이런 식이라면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 종사자나 정부지원을 받는 시민단체까지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경련에서 열린 ‘윤리경영 임원협의회’에서는 ‘김영란법’ 시행후 기업들이 이 법을 의식해 대외 협력업무 예산을 줄이게 될 것이므로 이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도미노식으로 내수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는 사람이 있었다 한다.

소년법에는 ‘우범소년’ 제도가 있다.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으로서 범죄행위는 하지 않았으나 정당한 이유없이 가출을 반복하거나 음주나 유해환경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은 미래 범죄가능성이 높다 예상하여 이러한 소년들을 우범소년으로 분류하여 소년원을 보내거나 보호관철 처분 등을 하겠다며 도입된 제도이다.

필자는 ‘김영란법’ 제정과정을 지켜보면서 동법이 시민들을 잠재적 뇌물범죄자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공직자나 언론인은 이러한 부패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을 것이고 또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하는 시민이 전체 국민 중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김영란법’은 공직자나 언론인을 비롯하여 대한민국 시민 대다수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일종의 ‘우범시민’ 제도를 만들어 놓은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쨌든 국회를 통과된 ‘김영란법’은 그대로 시행될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내년 9월 법시행 이전에 문제 소지가 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개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필자는 ‘김영란법’ 논란을 보면서 등소평이 모택동의 행적을 평가한 공칠과삼(功七過三)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등소평은 모택동의 과(過)가 3이라면 공(功)은 7이 있는 지도자로 평가하면서 중국 통치체제는 이와 같은 모택동의 공로로 안정과 번영을 찾게 되었다고 치하한 바 있다.

‘김영란법’ 역시 이같은 공과의 논란을 빚게 될 것이지만 결국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부문의 청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본 법률안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일부 명확하지 못한 부정청탁의 개념, 배우자를 금품수수 금지 대상으로 하여 공직자로 하여금 신고의무를 부과한 조항, 언론사 임직원을 공직자에 포함시켜 언론의 자유를 위축하게 만든 부분 등은 법 시행 후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점진적으로 수정해 나가면 될 일이다. /성빈 변호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범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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