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올해 호실적을 기대했던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며 국제사회에서 대러 경제제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이에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러시아 권역 판매, 생산, 수익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커졌다.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24일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자국군대 주둔을 공식화한 것을 '침공(invasion)'으로 규정하고, 대러 제재 공세에 착수했다.
서방국들의 이 같은 대러 제재가 해당지역의 기업들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는 러시아권역 판매목표를 45만5000대로 상향 조정된 바 있다. 지난해 43만대에서 5.8% 증가한 규모다.
러시아권역은 현대차‧기아에게 있어 북미, 유럽, 중국, 인도에 이어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러시아권역 판매에 차질이 생긴다면 올해 전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12.1% 증가한 747만3000대를 판매하겠다는 현대차‧기아의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현대차‧기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간 23만대의 생산능력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GM 러시아 공장까지 인수해 러시아 내 생산능력은 총 33만대에 달한다.
여기에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러시아로 수출하는 물량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현대차가 3만8161대, 기아가 5만1869대를 러시아에 수출했다.
러시아에 인접한 현대차 체코공장과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도 일부 러시아로 판매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다 해도 위치상 현대차‧기아 공장에 물리적 피해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돈바스 평화유지군 진입 명령에 따른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현대차그룹에게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당장 러시아 산업 수요 악화가 불가피하다. 경제제제에 따른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력 위축에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자동차 수요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KAMA)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국지적 충돌이 발생하면 러시아 현지 자동차 내수판매 규모가 10%,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29%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 러시아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에 나설 경우 완성차 수출이나 현지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자동차 자체는 수출통제 품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타격을 주기 위해 활용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을 러시아에도 적용한다면 미국산 반도체, 혹은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술로 제조된 반도체가 장착된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은 러시아에 수출할 수 없다.
현지 공장이 부품 공급 제한으로 가동을 멈춘다면 수요 위축보다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정상적으로 생산, 판매가 이뤄진다고 해도 재무 측면에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이 대러 경제제재 중 하나로 '달러 결제 금지'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대리점들과 달러로 거래하고 있다. 달러 결제가 금지되면 러시아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루블화 거래로 환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산업계에는 원자제 가격인상 등의 문제도 예상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현지 생산이나 판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관련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