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간 '야권 단일화' 협상이 선거 용지 인쇄일을 하루 앞둔 27일 결국 '결렬'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지난 13일 안 후보가 국민 여론 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먼저 제안한 지 2주 만에 나온 결과다.
이재명·윤석열 두 양강 후보의 지지율이 1% 대의 격차로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그동안 '야권 단일화' 성사 여부는 대선 국면 최대 변수였다. 10% 내외의 지지율을 가지고 있는 안 후보가 대선 판세를 뒤엎을 '캐스팅보터'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의 치열한 기싸움 끝에 결국 '야권 단일화'가 '결렬' 수순을 밟게 되면서 이제 대선 판은 감히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윤 후보가 막판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안 후보 측이 먼저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측으로부터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9시, 안 후보 측으로부터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안 후보의 화답을 기다리겠다"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이날 경북 유세 일정을 취소한 후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차례 안 후보께 전화통화를 시도도 하고, 또 문자 메시지로 저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며 그동안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윤 후보는 "양측 전권 대리인들이 오늘 아침 7시까지 회동 여부를 포함한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서 통보해주기로 협의를 했다. 안 후보와의 저와 안 후보와의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다"며 "오늘 이 시간까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지금까지 단일화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단일화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생각과 또, 후보 단일화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정권 교체를 위한 단일화를 열망해온 국민께 그간의 경과를 말씀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최종 합의를 이뤄서 양 후보에 보고 됐고 회동 일정만 지금 언제 할 것인지 조율만 남은 상태였다"며 "하지만 안 후보가 다시 저녁에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 달라는 요청이 있으셨고, 제가 안 후보의 자택을 방문해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회가 정치를 주제로 2월25일 서울 상암동 SBS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기념촬영 후 토론석으로 돌아가고 있다./사진=인터넷신문협회
윤 후보는 "그러나 거기에 대한 답은 듣지 못했고 그후 안 후보께서 목포로 출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양쪽 전권 대리인은 또 다시 오늘 새벽 0시 40분부터 새벽 4시까지 다시 협의를 진행했다. 양쪽 후보의 회동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또, "안철수 후보 측으로부터는 제가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서 안철수에게 회동을 공개 제안해 달라, 이런 요청을 하셨고, 저는 이를 수락했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이날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나선 것은, 자신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이루기 위해 '야권 단일화'를 위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과 동시에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지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교수는 2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을 두고 "단일화 결렬의 이유를 안철수 후보의 탓으로 돌리려는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윤 후보가 이 정도로 기다리고 다 했는데 안 후보 측에서 이유를 모르게 결렬을 선언해 버렸다고 하면 피해자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며 "그리고 정권 교체를 바라는 50%가 넘는 국민들이 안철수 후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후 "최종 합의까지 이르렀고 그걸 전달 받으셨다고 한 건데 갑자기 결렬된 이유가 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글쎄 이유는 저희도 알 수 없다. 그쪽에서도 오늘 아침에 답이 오기를 이유가 뭐냐니까 그쪽에서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고 답했다.
다만 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안 후보께서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신다면 제가 지방에 가는 중이라도 언제든지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고 안 후보와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 안 후보의 화답을 기다리겠다"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윤 후보가 단일화 여지를 남긴 것과 관련해 신율 교수는 "윤 후보가 단일화 여지나 진짜 가능성이 있어서 남겼는지, 아니면 지지층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 남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가능하다고 본다. 단일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파행을 맞으면서 오는 3월 9일 대선은 4자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정권교체' 여론이 계속해서 50%를 넘는 상황이라 4자 대결로 가더라도 윤 후보가 불리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현재 양강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내 초접전 양상이라 섣불리 승부를 예측 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장성철 교수는 "4자 구도로 대선을 치를 경우 향후 대선 판세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래도 윤석열 후보에게 아직까지는 유리해 보인다. 왜냐하면 정권교체 여론이 높기 때문에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정권교체를 원하는 분들의 표의 집중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를 찍으면 사표가 되니 될 사람을 찍어주자는 분위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반면 신율 교수는 "4자 구도로 갔을 때의 대선 판세에 대해서는 진짜 아무도 모를 거다. 그것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 너무 박빙의 상황이라 우리가 섣불리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