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사들이 카드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보험료 카드결제를 꺼리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지난 20, 21대 국회에서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보험료 납부 의무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연이어 발의됐으나 폐기되면서 보험료 카드납부 비중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생명보험사의 신용카드납 건수 기준 비중은 불과 11.6%에 그쳤다.
보험상품별로 보면 보장성보험의 13.8%가 카드결제로 납입됐다.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은 각각 1.1%, 0.8%에 불과했다.
보험사별로는 삼성생명 0.3%, ABL생명 0.4%, 메트라이프생명 0.2%로 1%도 채 넘기지 못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생보업계 빅3를 비롯해 푸르덴셜생명, IBK연금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등은 카드납부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4분기 건수 기준 신용카드납 비중은 17.6%로 생명보험사보다는 높았으나 여전히 10%대에 머물러 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다이렉트 등 비대면채널을 통한 가입 비중이 높은 자동차보험은 카드결제가 66%로 높은 편이지만 장기보장성보험은 15.3%, 장기저축성보험은 5.1%로 낮았다.
보험사별로 보면 캐롯손해보험의 경우 90.9%로 유일하게 90%를 넘겼으나 전부 자동차보험이었다. 이외에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대부분의 손보사는 10%대에 그쳤다.
또 카드결제가 돼도 자동결제가 되지 않아 가입자가 매달 고객센터를 방문하거나 설계사에게 직접 결제를 요청하는 등 불편을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 청원이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불만하고 성토하는 내용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보험료 카드납부가 저조한 것에 대해 보험사들은 카드수수료를 이유로 들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카드납부 정착을 위해서는 현재 2%대인 카드 수수료율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드사들은 보험사의 요구대로 인하할 경우 원가도 되지 않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며 수수료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의 경우 보험료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인 상품이 많다”며 “월 보험료 규모 또한 커서 보험료 납부를 카드납으로 하게 되면 수수료 부담이 매우 커진다. 보험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사업 마진률이 5% 정도인데 이중 카드수수료로 2%를 떼어가게 된다면 보험사들의 이익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카드로 보험료를 받게 되면 사업비도 증가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게 되고 부담은 가입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빚을 내 적금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적금이나 펀드 투자에 카드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