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코로나19 영향으로 모빌리티 B2C(기업 대 개인 거래) 시장은 감소세를 보였으나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은 성장이 가속화돼 자동차 시장에 큰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3일 '2022 CEO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에서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도약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시장 글로벌 넘버 원 달성'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아가 3일 온라인 채널을 통해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 송호성 사장이 발표 영상에서 기아의 전동화 전환 계획 등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목표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아 제공
이날 기아는 2030년까지 전기차 120만대를 포함한 400만대의 글로벌 판매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전기차 판매목표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목표치(87만7000대)보다 약 36% 높아진 수치다.
지난해 278만대를 판매한 기아가 9년 내 그보다 44%가량 증가한 400만대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용 자동차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겠지만 성장이 정체된 시장에서 벗어나 B2B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유연한 실내 구조로 다양한 사용 목적에 대응할 수 있는 PBV는 B2B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최적의 아이템이다.
기아는 2030년까지 PBV 판매 목표를 100만대로 설정했다. 사실상 앞으로 9년간 증가되는 물량의 대부분을 PBV로 채우겠다는 것으로, 기아 중장기 판매목표의 핵심인 셈이다.
송 사장은 "기아는 기존 차를 활용해 PBV 시장에 그 누구보다 빠르게 진입하고 다양한 고객군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송ᆞ물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확대됐고, 모빌리티 관련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해지면서 기업 고객 시장과 다목적성 모빌리티의 중요성이 커지는 데 주목하고 글로벌 PBV 시장에 조기 진출해 시장 리더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기아의 PBV 사업 1단계는 기존 양산차 기반의 파생 PBV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출시된 레이 1인승 밴 모델도 고객의 사용 목적과 비즈니스에 특화된 차량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PBV로 분류된다.
올해 출시 예정인 친환경 SUV 니로 기반의 '니로 플러스'는 모빌리티향(向) PVB로, 국내에서는 전기 택시로 공급되고, 해외에서는 카헤일링 서비스로 활용된다.
택시 및 승차 공유 목적에 맞게 승하차 편의성과 공간성을 강화한 설계와 디자인을 적용했고, 30만km 배터리 보증, 데이터 플랫폼과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유지비를 최소화하고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도심 내 빠른 소물류 배송시장에 대응해 최적화된 화물적재 공간을 제공하는 물류향 PBV와 차박이나 레저를 위해 실내 거주성 및 수납에 최적화된 리테일향 PVB도 출시할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PVB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부터는 2단계 PBV 사업에 돌입한다. 이때부터는 오픈이노베이션과 독자 플랫폼 개발을 통해 전용 PBV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송 사장은 "무인배송과 e커머스 시장 대응이 가능한 마이크로(초소형), 라지(대형) 플랫폼은 어라이벌 등의 업체와 협력 하고, 확장성이 높은 스몰(소형) 보드 플랫폼은 자체 개발해 내재화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전용 스케이드보드 플랫폼에 다양한 어퍼바디를 더해 모든 고객군의 니즈에 부합하는 최적의 모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에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반의 전용 PBV를 출시할 예정이다. 첫 전용 PBV는 다양한 비즈니스 확장성을 고려해 중형급 사이즈로 개발될 예정이며, 편평한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전용 플랫폼 위에 다양한 종류의 차체가 결합되는 구조를 갖춰 목적과 필요에 따라 사이즈와 형태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중형 PBV의 실내 레이아웃은 드라이버존, 유틸리티존, 서비스존 등 3존 콘셉트로 구성된다. 드라이버존은 간결한 조작, 시계성 확보, 수납 최적화, 운전자 보호 파티션 등 운전자 편의를 최우선하며, 유틸리티존은 조수석 시트 또는 보조화물 공간으로 선택 가능하다. 서비스존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인승의 시트를 설치하거나 선반, 파티선 등 적재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화물 적재 공간으로 구성할 수 있다.
여기에 OTA 기능과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해 편의성을 높이고 60만km의 내구성을 확보해 사업자의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기아는 PBV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소화물이나 식품 배달 등에 최적화된 마이크로(초소형) PBV에서부터 △지금의 대중교통 수단을 대체하거나 이동식 오피스로도 활용될 수 있는 대형 PBV에 이르기까지 차급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 PBV 사업은 하드웨어 측면의 차량 판매 뿐 아니라 사업자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솔루션 제공까지 동시에 이뤄진다. 차량 구매에서 운영,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고객 요구에 따라 선택적인 조합이 가능하도록 모빌리티 패키지, 딜리버리 패키지 등 특화된 패키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기아가 현대차보다 적극적으로 PBV 사업에 나서는 배경은 오랜 군수차량 사업을 통해 축적된 역량이 PBV 사업에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송 사장은 "BPV는 기아의 고유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라며 "기아는 48년간의 군수차량 개발 경험을 통해 특수설계 역량과 생산라인 보유하고 있고, 외부 특장업체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으로 생산능력뿐 아니라 유연한 생산체계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아의 축적된 역량에 다양한 파트너십을 연계해 경쟁력 있는 PBV 솔루션과 서비스 또한 함께 제공할 것"이라며 "향후 자율주행 기술과 접목돼 PBV 영역은 크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