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정부가 현재 20%인 유류세 인하율을 향후 확대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 만약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최대치인 30%까지 인하율을 올릴 시 소비자들은 휘발유 리터(ℓ)당 305원을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정부가 현재 20%인 유류세 인하율을 향후 확대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사진=미디어펜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는 한편, 향후 유가 추이에 따라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빠르게 넘어서면서 기존 인하 조치의 '약발'이 상당 부분 떨어진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764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세가 국내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휘발유 가격 추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휘발유 1리터를 구매하면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와 138원의 주행세(교통세의 26%), 79원의 교육세(교통세의 15%) 등 746원의 유류세가 붙는다. 여기에 유류세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가 붙어 총 820원의 세금(기타 부가세는 제외)이 붙는다.
현재 정부가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시행하면서, 휘발유 1리터당 세금(부가세 포함)은 교통세 423원, 주행세 110원, 교육세 63원 등 총 656원으로 기존보다 164원 내려갔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를 통한 휘발유 가격 감소가 꽤 상쇄된 만큼, 정부로서도 '유류세 인하율 확대 검토'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해 적용할 수 있는 유류세 인하율은 최대 30%다.
실제 인하율이 30%로 확대되면 휘발유 1리터당 세금은 574원으로 내려간다. 유류세 인하 전보다는 246원, 인하율 20% 적용 때보다는 82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율 확대가 실제 이뤄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유가 상황,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 세수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까닭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경우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08.8달러, 브렌트유는 118.1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15.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있지만, 실제 유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유가가 일정 기간 지속돼 국내 체감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시 유류세 인하율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유가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흐름을 보이면 인하율 확대 검토는 무산될 수 있다.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하면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유류세를 20% 인하하면 세수는 한 달에 4500억원 감소한다. 이미 기존 조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한 터라 추가 세수 감소는 1조 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하율을 30%로 올리면 세수 감소분은 약 2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여기에 차기 대통령선거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의 의지도 중요한 변수다. 대선 이후 정책 추진의 방향이 당선인과 인수위로 옮겨갈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