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두산그룹이 채권단 관리체제를 조기에 졸업한 가운데 미래 먹거리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으며,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사명 변경은 2001년 한국중공업에서 두산중공업으로 바뀐 지 21년만에 이뤄진 것으로, 에너지와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에너빌리티는 '가능하다(enable)'라는 뜻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기자재를 공급한 60MW 규모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사진=두산중공업 제공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수소·해상풍력·소형모듈원전(SMR)을 육성하는 중으로, 3D 프린팅과 디지털 및 폐자원에너지화를 비롯한 신사업도 발굴하고 있다.
이 중 해상풍력은 한국중부발전과 1800억원 규모의 장기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24년 준공되는 제주한림해상풍력단지에서 20년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으로, 앞서 한국전력기술과 5.5MW급 발전기 18기를 제작해 설치하는 기자재 공급계약도 맺었다. 오는 24일 주한영국대사관이 개최하는 웨비나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관련 기술·제품도 소개할 예정이다.
폐자원 에너지화(WtE) 플랜트는 독일과 폴란드 등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지는 중으로, 수소사업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한국전력기술과 암모니아 개질 가스발전소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국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1위 업체 테스나 인수를 결정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두산은 테스나 최대주주인 에이아이트리 유한회사가 보유 중인 보통주·우선주 등을 46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테스나는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무선 통신칩(RF)을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전문업체로, 웨이퍼 테스트 분야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2075억원·540억원으로 집계되는 등 실적도 성장하고 있다.
두산은 반도체 사업을 기존 에너지(발전)·산업기계부문과 함께 주요사업으로 키운다는 전략으로, 테스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도 단행할 방침이다.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 등 반도체 후공정으로 사업영역을 넓힌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두산이 국내 무선 중계기업체 에프알텍에 5G 안테나 모듈을 첫 납품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모반디의 빔포밍 안테나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특정한 방향으로 안테나 빔을 만들어 신호를 강하게 송·수신할 수 있다. 또한 주파수 변환 등의 기능을 탑재한 통합 솔루션 모듈로, 국내 모든 이동통신사 주파수 대역에 대응할 뿐 아니라 미국·일본을 비롯한 해외시장에도 적용 가능하다.
㈜두산은 모반디와 손잡고 26GHz 및 39GHz 안테나 모듈을 개발해 중국·유럽·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으로, 밀리미터파(mmWave) 기반의 특화망용 사물인터넷(IoT) 단말과 무선접속 네트워크 라디오 모듈 등으로 업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20대 대선에서 '원전 최강국 건설'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것도 호재로 꼽힌다.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국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될 위기가 사라지면서 동유럽과 중동 지역 수출이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밸류체인 붕괴에 대한 우려도 해소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퓨얼셀도 중저온형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개발하는 중으로, 선박·발전용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라며 "두산밥캣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5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다각적인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