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남한의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북한 매체가 1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서해위성발사장 시찰 소식을 전했다. 지난 1월 정치국회의를 통해 핵실험·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제기한 김 총비서가 직접 압박 행동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비서가 이번에 현지시찰한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은 장거리 로켓 발사가 가능한 곳으로 과거 로켓과 ICBM 기술 개발 대부분을 이곳에서 진행됐다. 사거리 1만3000㎞ 이상의 화성-15형, 사거리 1만㎞ 이상의 화성-14형, 사거리 7000㎞ 이상의 화성-12형 등이 해당된다.
지난 2019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의 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북측이 폐기하기로 했던 곳이기도 하다. 합의문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김 총비서는 대선 직후 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을 찾아 “다양한 로켓을 발사할 수 있게 시설을 확장하라”고 지시했다. 로켓 조립 시설, 연동시험 시설, 연료주입 시설 등을 확장하고 보급 계통 증설, 야외 참관장 건설 등 구체적인 언급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서해 위성 발사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2022.3.11./사진=뉴스1
이번 김 총비서의 직접적인 행동은 사실상 문재인정부에서 지켜온 모라토리엄 파기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으로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북한은 과거 ICBM을 기습적으로 발사해왔지만 현재 북한이 주장하듯이 군사정찰위성을 가장해 화성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총비서가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정찰위성 개발 및 발사가 빈말이 아닌 것으로 보여주면서 강력한 대미 압박도 내포돼있다”면서 “또한 최근 두 번의 위성시험발사를 하면서 ‘살라미 전술’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우선 정찰위성을 가장한 화성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북한이 살라미 전술을 펼치는 것은 아직 모라토리엄 파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편으로는 미국을 압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자신들의 손을 잡아달라는 메시지를 내포한 것”이라면서 “한미군사훈련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 생일인 4월 15일이 겹치는 4월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정치적, 군사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골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ICBM을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ICBM은 기본적으로 대미 압박 차원이 강하지만 남한에서 차기 보수정부가 출범하는 것과 연동시키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가 11일 이례적으로 북한의 신형 ICBM 발사가 임박했다는 분석을 전격 공개하며 사전경고에 나섰다. 한미 군당국은 이날 같은 시각에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인 3월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신형 ICBM 개발과 관련 있다고 밝혔다. 또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 체계 관련 시험이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2일 공개한 국방발전전람회 영상으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모습을 드러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화성-17형으로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 화면] 2021.10.13./사진=연합뉴스
특히 국방부는 “한미 양국은 정밀 분석 및 협의를 거쳐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러한 미사일 추가 개발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공개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정부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이러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북한이 한반도와 역내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발 중으로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은 화성-17형이다. 북한은 작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자위-2021’ 국방발전전람회를 통해 그 명칭을 ‘화성-17형’으로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화성-17형의 길이를 24~27m로 추정하고 있어 그동안 세계 각국이 개발한 ICBM 중 가장 긴 편에 속한다. 또 최대사거리는 1만5000㎞ 정도로 북한에서 발사하면 태평양 건너 미 전역을 타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화성-17형은 다탄두 탑재 기술을 갖고 있어 2개 이상의 핵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하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