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100만 대한민국의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6004만개다. 전체 인구 숫자보다 주식계좌가 많다는 사실은 지금이 바야흐로 ‘재테크 전성시대’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막상 계좌를 만들고 재테크에 나서도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객들 개개인에게 맞춰진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는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질 뿐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적은 투자자들도 투자의 길잡이로 삼을 수 있는 재테크 팁을 주제별 기획기사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2.21%.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로 결정되고 나서 처음으로 주식거래가 재개된 지난 10일의 코스피 지수 상승률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으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어도 코스피가 이만큼 올랐을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주요은행 PB들은 현시점 재테크 전략에 대해 "현금자산을 무조건 20%~50% 정도 보유해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분명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시점으로 가까워올수록 시장경제의 본질에 대한 코멘트들을 해왔다는 점이다. 시카고학파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애독했다는 얘기나 “경제는 대통령이 살리는 게 아니다(3월7일 하남 유세)”라는 발언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힘’을 신뢰하는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끌어가는 경제정책을 전제로 했을 때 투자자들은 어떤 재테크 전략을 짜야 할까. 미디어펜은 주요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 임원들에게 ‘윤석열 시대’에 최적화된 재테크 전략의 길을 물었다.
"부동산 정책, 대대적 변화 예상"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분야는 역시 부동산이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패착이자 정권교체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는 부동산 정책은, 역설적으로 새 정부에서 개선될 여지가 가장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새 정부에서의 재테크 전략에 대해 “특히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부동산 규제로 인한 다양한 대책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새 정부에서 이를 감안한 완화정책들이 나오면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부동산 거래가 다시 재개되면서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 부센터장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들어 부동산 거래가 재개되면서 다시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는 “부동산 시장에는 자연스런 손바뀜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 보유 부동산에 대한 관리방향을 새 정부의 정책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유영희 우리은행 TC프리미엄잠실센터 부지점장 역시 “향후 부동산 정책 변경으로 인하여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건 공약들에 주목하면서 “시장 수급면에서는 공급확대 및 주택 구입수요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 부지점장은 “이러한 기조는 향후 ‘주택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될 것이므로 이 방향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 분야에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의 시대…"투자 접근 신중해야"
그러나 대부분의 PB들은 현재의 상황을 ‘투자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만은 보지 않았다. 최영남 신한PWM분당센터 팀장은 현재의 대외 환경에 대해 “미 연준의 금리인상, 양적완화 축소,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후유증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연말 이후 시장을 크게 흔들고 있는 인플레이션 이슈와 미 금리인상은 현시점 투자를 고민하거나 자산 설계를 할 때 핵심 이슈”라면서 투자에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자산배분 전략에 대해 최 팀장은 “전체 자산의 30% 이상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며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자산 구조를 변경할 수 있게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이슈와 미 금리인상 등을 '불확실성'의 핵심으로 꼽았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보다 구체적으로는 “30% 정도의 현금자산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주식과 연관성이 낮은 리츠 20%, 듀레이션이 짧은 우량 회사채 10%, 금 10%, EMP(ETF Managed Portfolio) 형태의 자산배분 투자상품 30% 투자를 통해 안정적이고 변동성 시장에 대응한 자산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그는 “이후 시장 정상화 정책이 이행되면 그때 정책적 지지를 받는 혁신 산업군의 주식과 부동산 자산의 비중을 확대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성진 부센터장 역시 ‘유동성 확보’를 현시점 재테크의 전제조건으로 지목했다. 지금 당장 현금을 투자자산에 ‘올인’했을 경우, 추가 하락이 장기간 지속되면 초기에 가졌던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부센터장은 “현금‧정기예금 등으로 50%의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30%는 ELS(주가연계증권), 20%는 미국 S&P500 인덱스(10회 정도로 분할 매입)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영희 부지점장은 “현금 1억원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2000만원은 종합저축계좌(ISA)를 비과세전략으로 접근하고, 변동성 장세를 활용한 ELS상품에 3000만원, 미국 등 선진시장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3000만원을 배분하고 나머지 2000만원은 현금으로 보유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