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EEXI 규제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EXI는 400톤 이상 선박을 대상으로 설계당 1톤의 화물을 1해리(약 1.85km) 운송하는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 양을 지수화한 값으로,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엔진 출력 제한 및 에너지 절감 장치 설치 등 물리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김진모 삼성중공업 글로벌신사업팀장(왼쪽)이 SSPL에 대한 기본인증 획득 후 김대헌 한국선급(KR) 연구본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이에 삼성중공업은 스마트 출력 제한 시스템 'SSPL'를 개발했으며, 한국선급(KR)으로부터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앞서 지난달 국내 특허 출원도 마친 상황으로, 실선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올 하반기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SSPL은 메인 엔진 또는 엔진 축으로부터 출력을 계측한 뒤 제어·관리하는 기술로, △선박 에너지 효율 평가에 따른 엔진 출력 제한 설정 △데이터 자동 기록·저장 및 육상 전송 △선급 검사에 필요한 기술 리포트 생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삼성중공업은 선박을 저탄소 연료 추진선으로 대규모 개조할 필요가 없는 것이 SSPL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규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 친환경 설비전문업체 파나시아와 손잡고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에 적용 가능한 '선박 탄소 포집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는 아민 계열의 액체 흡수제를 사용해 엔진·발전기에서 연소하는 LNG의 배기가스 중 CO2를 분리·회수하는 기술로, KR로부터 기본 인증도 획득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탄소 포집 성능 및 신뢰성 향상 연구를 지속해 2024년까지 이를 상용화한다는 방침으로, 경남 진해에서 파나시아가 구축한 실증 설비를 통해 기술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종합화학기업 독일 바스프와 탄소포집 공정기술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술 확보를 위한 사업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업계는 LNG 추진선이 기존 연료유를 사용하는 선박 대비 질소산화물(NOx)과 CO2 배출을 25% 가량 줄일 수 있고, 황산화물(SOx)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특징에 힘입어 친환경 연료 추진선 중 가장 발주량이 많은 선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대체연료 추진선 등의 상용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2035년경 글로벌 선박 건조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중공업이 LNG 추진 기술과 탄소 포집 기술을 결합해 시장지배력을 끌어올리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LNG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로 이달 초 동북아 지역에서는 100만BTU당 59.672달러를 기록하는 등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비싸졌고, 네덜란드 가스 선물값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LNG추진선은 고부가가치 선박이라는 점에서 수익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서 "메탄올·암모니아 추진선 대비 연료 저장공간이 작고, 연료수급이 용이할 뿐더러 유독성 가스도 배출하지 않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