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중고자동차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는 시장 개방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시장이 생계형적합업종이라는 이유로 대기업진출을 막아왔고, 그사이 시장의 불투명성이 짙어지며 소비자의 피해사례는 꾸준히 보고돼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에 곧 진행될 심의위원회 진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고자동차 시장에서의 소비자의 피해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에서는 시장 개방유무에 대한 확실한 입장정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오는 17일 오전 10시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1월 14일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심의를 신청한지 오랜 시간이 흘러 동반성장위원회 추전 당사의 실태조사 자료가 현재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에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최신 데이터로 보완한 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이번에 심의위원회를 재차 열기로 한 것이다.
이사이 현대자동차는 지난 7일 중고차사업 비전과 사업방향을 공개하며 사업 진출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이어지는 소비자 피해 소식에 시장에서 대기업진출을 통한 시장 양성화에 대한 요구가 이어진 것에 따른 결정이다.
이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여부를 결정할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가 이달 중 마무리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는 지난 2019년 2월 중고차 매매업계에서 심의를 신청한 이후 2년 넘게 끌어온 해묵은 사안이다.
중고차 매매업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6년 동안 대기업 진출로부터 보호를 받아왔으나 그동안 중고차 딜러를 비하하는 '차팔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수많은 소비자들이 그들로부터 각종 사기와 강매로 피해를 입어왔다. 중고차 강매를 당해 극단적 선택까지 한 사례도 있었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거래 루트를 제공하고, 기존 업자들에겐 '메기효과'를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으나, 중고차 매매업계는 2019년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끝나자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며 시간 벌기에 나섰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법정 시한에 맞춰 2019년 11월 7일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으로 중기부에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중기부는 법정 최종 심의 종결일(2020년 5월 7일)이 지난 뒤에도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시간만 끌어 왔다.
소비자 단체들은 그 사이 2020년 총선, 2021년 역대급 재보선, 그리고 2022년 대선 등 정치 이벤트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 중기부가 '정무적 판단'으로 결론을 미뤄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건 결론을 내린다면 어느 한 쪽은 선거에서 여당에 불리한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 개방을 허용한다면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불허한다면 소비자 단체들이 여당의 반대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상황을 보면 그런 의혹이 더욱 짙어진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일 '중기부-삼성전자 공동투자형기술개발 투자협약기금 조성식'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여부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심의위원회는 해를 넘겨 올해 1월 이뤄졌고, 그 자리에서 '대선 이후인' 3월에 다시 만나 결론을 내리겠다는 결정이 났다.
지난 1월 심의위원회에서는 '데이터 보완'이라는 구실이 있었으나 17일 열리는 심의위원회에서는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
중기부 관계자는 "1월 심의위에서 의원들이 3월에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전례를 볼 때 또 다시 결론이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총선, 재보선, 대선 정국을 피해간 전례가 있는데 지방선거라고 피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계형적합업종심의위에서 3월에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만일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해 또 미뤄진다면 그동안의 시간끌기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비자 권익을 무시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밖에 더 되겠느냐"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