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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문가 30% 퇴사할 것"…산은 부산 이전 소식에 MZ세대 행원들 뿔났다

2022-03-15 13:08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시절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은 가운데, 실제 부산 이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나아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측이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Sh수협은행, 농협중앙회 등 특수은행 및 금융공기관들의 지방 이전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산업은행 본점 사옥 전경/사진=산업은행 제공



행원들은 하루 아침에 '주말부부'가 되라는 말이냐며 노발대발하는가 하면, 젊은 엘리트 행원들의 퇴사를 부추기는 꼴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수위는 산은에 이어 수은의 부산 이전을 검토 중이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선인이 공약한 내용 중 일부는 인수위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면서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반드시 실천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은행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수출입은행 등의 부산 이전도 인수위 관련 분과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두 은행 외에도 복수의 금융기관 이전 가능성을 암시하는 만큼, 서울에 본점을 둔 기업은행, 수협은행, 농협중앙회 등 특수은행·법인,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금융공기업들도 지방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책은행 직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한 산은 관계자는 "당장 생활 터전이 서울에 있는데 (지방이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다"며 "30대 등 젊은 직원들은 맞벌이가 많은데, (부산으로) 오라고 하면 혼자 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산은 직원 대부분이 석·박사급 고학력 금융전문가"라며 "살아본 적도 없는 곳에 갑자기 가라고 하면, 한창 일해야 할 30대 행원을 비롯해, 최소 30% 이상은 퇴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은 약 3300명의 임직원이 종사 중이며, 여의도 본점에 1700~1800명이 몸담고 있다. 본점 인력의 절반 가량은 서울 등 수도권 영업이 주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본점 이전이 현실화되면, 대언론업무·국회업무를 제외한 약 700~800명의 인력이 부산으로 이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Blind)'에서도 윤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두고 설왕설래 중이다. 한 금융기관 소속 누리꾼은 "무지성 표몰이 공약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장기적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정치적 쇼' 수준이지 실제 지방 발전에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책은행 소속 누리꾼은 "부산을 국제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데, 여의도 하나도 국제금융허브로 못 만들면서, 대한민국에 두 개가 가당키나 하느냐"고 비판했다.

고급 인력들의 이탈 문제와 더불어 금융업무의 불편함도 지방 이전의 어려움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당장 국책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 본점이 일부는 종로와 을지로에 있고, 일부는 여의도에 있어, 기업들의 불편함이 많다는 후문이다. 

또 본점이 부산 등으로 이전하게 되면, 대출을 받으려는 기업 재무팀의 업무가 과중돼, 결국 거래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일각에서 지방 이전에 따른 불편함을 화상회의 형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방 이전을 찬성하는 측은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비대면 영업이 가능해진 만큼, 본점이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화상회의 방식으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산은은 100만원, 1000만원 단위가 아닌, 수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며 "망해가는 구조조정 기업에게 1000억원을 빌려주는데 회의를 20번씩 한다. 영상 통화 몇 통으로 돈을 빌려줄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은은) 대부분의 돈을 서울에서 벌고 있다. 서울에서 130% 돈을 벌고, 지방에서 30%를 손해 보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익 규모가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산은이 '지방 공기업'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여야 정치권이 합의 후,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 

산은은 산은법 4조 1항에, 수은은 수은법 3조 1항에, 기은은 중소기업은행법 4조 1항에 각각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을 개정해 해당 조항을 없애면 지방 이전이 가능해진다. 관련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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