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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난해 R&D 6조…올해 체질개선 9조 '승부수'

2022-03-23 13:19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회장 체제의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성장동력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R&D)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세 회사는 지난해 R&D에 역대 최대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에도 현대차가 5조원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3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등 본격적인 미래준비에 나설 것을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총 6조1412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전년도(2020년) 합산 연구개발비 5조7945억원보다 5.6% 늘어난 수치다.

3사의 연간 연구개발비가 6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4조7000억원 수준이던 3사의 연간 연구개발비는 2018년에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선 뒤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의 2.6%인 3조1001억원을 연구개발 활동에 투자했다. 기아는 매출의 2.7%에 해당하는 1조8718억원을, 현대모비스는 2.8%에 달하는 1조1693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부터 10% 내외씩 꾸준한 증가 폭을 유지하던 이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도 5%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5%나 뛰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1년을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해로 선언한 바 있다. 전폭적인 투자 역시 이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통해 친환경, 미래기술, 사업경쟁력 영역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며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안전하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기술을 구현해 나가고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에도 현대차그룹은 MECA(모빌리티·전동화·커넥티비티·자율주행)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신규 전기차 전용 플랫폼 2종과 새로운 전기차를 개발하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가 올해 연구와 제품 개발에 배정한 예산은 5조3000억 원에 달한다.

기아와 현대모비스 역시 올해 설비투자에 각각 1조8000억 원 넘는 예산을 책정했다. 이는 신제품 개발, 공장 신·증설, 보완투자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과감한 행보에는 정의선 회장이 자동차 수요반 등을 기회를 통해 미래모빌리티 선점을 위한 복안이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 목표는 총 747만3000대로 이는 지난해 판매실적인 666만8037대 대비 12.1%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차·기아의 선전은 코로나 19 상황에도 글로벌 자동차 '톱4' 진입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톱4 입성에 변화를 주도한 모델은 친환경 차량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EV, HEV, PHEV, FCEV로 이루어진 친환경차 부문에서 전년대비 64% 증가한 42만2000대가량을 판매했다. 

이는 전체 판매량 389만대의 10.8%으로 2020년 대비 3.9%p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출시한 현대차 최초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지난 3분기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돼 누적 대수 5만대를 넘어섰고, 그 결과 2021년 EV 판매는 전년 대비 43.9% 증가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향후 모빌리티의 새로운 기준점인 친환경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변화의 중심에 선 것이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 UAM 가상이미지. /사진=HMG저널 제공


기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는 폭스바겐, 토요타, 르노-닛산, 제너럴모터스(GM), 현대차·기아 '빅5' 체제가 굳건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변화의 서막은 시작됐다.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나머지 '빅4' 브랜드는 코로나19 여파로 '서플라이체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생산에 타격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수직계열화 구조가 정착되어 안정화 된 생산라인으로 글로벌 '톱4' 진입 가능성을 높게 점쳐진 것이 사실이다.

2019년 판매량 기준 폭스바겐은 신차 판매량은 1033만대를 기록했고 2위인 토요타가 969만대를 판매했으며 3위 르노-닛산이 922만대를 판매했다. 4위는 774만대를 판매한 GM이, 5위 현대·기아차는 720만대이다. 

현대·기아차와 GM과의 간격은 54만대이며 GM은 전년 대비 판매와 점유율이 각각 10.7%, 0.7% 하락한 데 반해 현대·기아차는 판매는 2019년 약 1.1% 감소했지만 점유율은 0.3% 성장하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소비침체가 가속화 한 상황에서도 현대차·기아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한 것이다.

그동안 정 회장은 가장 혁신적인 브랜드로 도약과 글로벌 신뢰 기업 실현을 위해 변화 강조했다. 특히 회장 취임 직후 '현대차그룹 3.0 시대'의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2025년까지 총 100조원 이상 투자를 자신했다.

정의선 회장이 처음으로 진행한 대형 '인수·합병(M&A)'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이다. 로봇개 '스팟'으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의 한 식구로 '미래 먹거리'인 로봇 산업 분야를 담당하게 됐다.

올해 CES에서 정 회장은 로보틱스를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이자 신개념 모빌리티로 새롭게 정의했다. 

특히 사용자의 이동 경험이 혁신적으로 확장되는 '메타모빌리티'는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새로운 변화의 한 축으로 조명 받고 있다. 

'메타모빌리티'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결돼 인류의 이동 범위가 가상 공간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로, 이를 통해 사용자는 새로운 차원의 이동경험을 할 수 있다. 

가상 공간이 로봇을 매개로 현실과 연결되면 사용자는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대리 경험까지 가능하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 등의 혁신으로 미래 모빌리티 간 경계가 파괴되고, 자동차, UAM 등 다양한 모빌리티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는 스마트 디바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한 관계자는 "단기적인 목표는 제네시스와 SUV 판매 증가에 따른 믹스 개선 및 인센티브 축소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부문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은 지속 중이며, 아이오닉 5, G80 EV, GV60 등 신규 전기차 출시를 통해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하여 전동화 전환에 대한 준비도 계획대로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측면에서 현대차는 로봇 기술이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제조, 물류, 건설 분야에서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역량을 접목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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