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사모펀드 KCGI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KCGI는 지난 21일 호반건설에 한진칼 940만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호반건설 역시 KCGI로부터 한진칼 주식을 장외 매매 계약을 통해 5640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식 인도 예정 일자는 4월 4일이다.
또 한진칼 주식 161만4917주와 그레이스홀딩스가 보유한 신주 인수권 80만주에 대해서는 호반건설과 매도 청구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부연했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강성부 KCGI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호반건설 측은 공시를 통해 "보유 주식 수와 무관하게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권리만을 행사할 것"이라며 "한진칼 지분 인수 목적은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주주 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한진칼 주요 주주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특수 관계인 20.93% △KCGI 17.43% △반도건설 17.02% △델타항공 13.21% △한국산업은행 10.58%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호반건설이 KCGI 보유분 1162만190주 중 940만주 인수를 마치면 한진칼 지분 13.97%를 보유하게 돼 3대 주주가 된다. 이에 따라 KCGI 지분율은 3.3%로 축소된다.
한진칼 지분 매각에 대해 KCGI 측은 "부채 비율 감소와 재무·수익 구조 개선을 이끌어 내 투자금 회수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이로써 장기 성장을 위한 발판에 올라섰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비약적 발전이 기대된다는 게 지분 매각의 이유라고도 했다.
또한 "오너 일가의 일탈과 독단적인 경영 행태에서 탈피해 여러 주주들이 경영진에 대한 건전한 견제가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KCGI는 한진칼의 소수 주주로 남아 한진그룹의 안정적 성장·지배 구조 개선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한진칼 대주주로 급부상한 호반건설이 강성부 KCGI 대표와 같이 경영권 분쟁 국면을 이어갈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CGI는 2018년부터 3만원대에서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집해왔고, 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3자 연합)'을 이뤄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2020년 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로 한진칼 주요 주주로 등판함에 따라 KCGI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3자 연합도 와해됐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호반건설이 재차 3자 연합을 결성한다 해도 표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 호반건설·반도건설·조 전 부사장·KCGI의 지분을 합쳐도 36.47%로, 산업은행을 포함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 약 44.95%보다 적기 때문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