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이문세의 힐링콘서트를 앞두고,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김제동의 ‘힐링캠프’를 떠올린다. 2주 전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콘셉트로 진행된 ‘힐링캠프’는 단언컨대 170여회 중 최고였다. 처음으로 ‘힐링캠프’에서 힐링을 느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힐링캠프’는 지금껏 게스트를 위한 캠프에 지나지 않았다. 굵직굵직한 스타들이 대거 거쳐갔고, 논란에 싸인 스타들은 해명을 위한 자리로 활용하기도 했다. 예능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게 대선 유력주자들을 불러모았고, 게스트와 MC의 사랑이 싹트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컴백과 방송복귀를 앞둔 스타들의 홍보성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는 듯 했다.
이 흐름은 프로그램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하하편이 방송된 3주 전 175회는 시청률 3.9%를 기록하며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경쟁 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는 물론 ‘다큐스페셜’에도 밀렸다.
▲ 사진=SBS '힐링캠프' 홈페이지 |
이때 구원투수로 김제동이 등장했다. 아무 지원 없이 마이크 하나만 들고 등장한 그는 한시간만에 관객들은 물론 안방에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을 사정없이 휘어잡았다. 그의 말과 손짓 하나하나에 편안하게 웃었고, 통기타 연주에 맞춰 부르는 ‘부치지 않은 편지’ 몇 소절에 눈물 한 방울이 똑 떨어졌다.
김제동의 장기는 화술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사려깊게 들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고민인지 아닌지 투표로 결정하는 ‘안녕하세요’와 달리 객석에 앉은 모두가 일어나 부끄럼이 많은 아이에게 “친하게 지내자”라고 말할 때 시청자들은 비로소 ‘소통’에 담긴 진심을 한웅큼 느낄 수 있었다.
대중이 원한 힐링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MC와 게스트는 물론 방청객과 시청자 모두가 함께 호흡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그런 토크쇼는 없었다. 김제동의 노래를 들으며 서글펐던 건 이 방송이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는데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방송 이후 한동안 연예계는 온통 이날 콘서트 이야기로 가득했다. 온갖 극찬이 쏟아졌다. 그러나 SBS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이날 보여준 콘셉트 그대로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는 JTBC로 방송사를 옮겨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이름으로 5월부터 정규편성되기 때문이다.
▲ 사진=SBS '힐링캠프' 홈페이지 |
지난주 ‘힐링캠프’는 언제 토크콘서트가 있었냐는 듯 이문세 편으로 돌아왔다. 콘셉트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컴백과 콘서트를 앞둔 그는 방송에서 이경규와의 숨은 일화, 노래를 부르기 위해 암을 완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등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주 역시 이문세의 지인들을 초대해 작은 콘서트로 꾸밀 예정이다.
안타까웠다. 이문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뭉클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들이 과거를 추억할지언정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게스트를 위한 힐링인가, MC를 위한 힐링인가, 시청자를 위한 힐링인가 사이에서 이미 유행이 지나버린 ‘힐링’이라는 단어는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 ‘힐링캠프’의 시청률은 3~5%대를 오가고 있다. 이쯤 되면 프로그램 포맷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대중이 게스트와 무엇을 공유하며 힐링을 나눌지 수면위로 드러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 사진=SBS '힐링캠프'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