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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부산 이전 강행하는 인수위…노조·민주당 반대 이겨낼 수 있을까

2022-03-30 14:01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산은 직원들의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이전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놔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산업은 '분산'이 아닌 '집적화'가 중요한 만큼, 지방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 구청장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 3대 도심이자 대한민국 금융의 심장인 영등포구 여의도는 국내 금융기관의 절반 이상이 모여있는 명실상부 국제금융의 중심지"라며 산은의 지방 이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산은 본점이 소재한 여의도를 관할하는 만큼 채 구청장이 행동에 나선 모습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지난 29일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어 채 구청장은 "금융산업은 분산이 아닌 집적화가 절실하다"며 "미국의 월스트리트,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적 금융도시는 금융기관 집적화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산업은행 지방 이전이 대선 공약으로 추진되면서 금융계와 국민들로부터 큰 우려와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금융은 분산이 아닌 집중이 절실함에도 과거 한국거래소 등 금융기관 지방 이전 사례와 같이 금융 분산화는 업무 비효율만 낳고 국제금융경쟁력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민석·오기형 의원이 이전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김민석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산업은행 지방 이전 공약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고, 오기형 의원은 개인 SNS에 '산업은행 지방 이전, 신중해야 합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게시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28일 '윤석열 당선인은 산업은행 이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자당의 정치적 기반인 PK, TK 지역 민심과 곧 있을 6·1 지방선거 등을 고려한 정치공학 측면에서는 천재스러운 면모일지 모르지만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산은은 정책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서 벌어 충당하고 있다"며 "산은이 서울을 벗어나면 수익원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이는 네트워크와 인적자원 약화를 불러와 이익이 줄어들게 되며, 결국 정책지원 규모 축소와 기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 외에도 여당 의원들이 연이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실제 지방이전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산은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윤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계속해서 지방이전 발언을 내며 이전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국회를 설득해 한국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겨, 부울경 금융 공급의 허브로 만들겠다"고 밝히는 한편, 지역 유세에서도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고, '많은 은행 본점'이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24일에는 서울 통의동에 설치된 프레스 라운지에서 "산은은 제가 부산으로 본점 이전시킨다고 약속했다. 지킬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수위 지역균형발전 특위는 산은 부산 이전해 대해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만들 것을 요구한 상태다. 이전 가능성, 예산, 이전 시 문제점 등을 분석 중이라는 후문이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도 화력을 더했다. 지난 29일 부산금융중심지 포럼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갑)은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약했는데 단순히 은행 하나 옮기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부·울·경이 또 다른 중심축이 되는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서병수 의원(부산진구갑)은 지난 1월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담은 산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의 공방 속에 속이 타는 건 산은 직원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수위 측의 지방이전 발언이 연일 나오면서 내부 분위기는 매우 침울한 상태다. 인수위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유로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주의적·정치적인 이유로 당위성을 포장하고 있어 반발이 크다는 후문이다. 

한 산은 노조 관계자는 "(산은이) 실제 부산에 가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지역균형발전이 일어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 없이 갑자기 유세현장에서 이전 얘기가 나왔다"며 "대통령 공약이고, 내가 부산지역 국회의원이니 산은을 보내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니 직원들이 못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산은에서는 인수위의 계속된 지방이전 발언을 우려해 타 금융권으로의 이직 러시도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은행연합회가 공고한 경력직 채용에 직원 수명이 지원해 이직에 성공한 사례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실제 이직한 사람이 나오면서 주니어급은 많이 흔들리고 있다"며 "개인의 가치관을 이유로 산은에 들어왔을 텐데 갑자기 정치적 논리로 (지방을) 보낸다고 하니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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