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정치부장, 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더 명확해졌다. 저는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실용 개혁'이라고 말하겠다. 검찰개혁, 언론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다만 민주당이 민생을 등한시하면서 이런 정치적 이슈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이념과 가치에만 매몰되지 말고 국민 삶 속에 와 닿는 개혁, 사회적 약자, 서민, 중산층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민생 문제로 개혁의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30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 후 야당이 된 민주당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묻자, '실용 개혁'에 답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민생을 등한시하면서 정쟁에 몰입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김영호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0.7% 차이로 정권을 넘겨준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이 아니라 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이라며 "문 대통령 국정운영은 좋았지만 정부와 우리 민주당이 추진했던 몇 가지 정책에 있어서 실책, 부동산 정책이라든지 소상공인 피해보상 문제 등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이 너무 컸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특히 김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나온 민심에 대해 "0.7% 차이라는 수치로 보면 이긴 쪽도 진 쪽도 없었다고 본다"며 "승자는 그만큼 겸손하게 국정을 운영하라는 국민의 명령이고, 패자에게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검찰주의를 버리고 학습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국민 위에 군림하던 검찰 시대도 종식되어야 하고, 대통령 식견이 부족하면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 놓아도 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국회 협조 없이는 현실화해낼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172석 제1야당의 협력을 끌어낼 통합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의원은 윤 당선인에게 "야당과 대립하기보다 존중하면서 협치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하시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취임 전인데 인수위가 들어서자마자 문재인 정부의 흔적 지우기, 정책 뒤집기에 총력을 다 하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석열 신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을 상대로 힘겨루기로 나간다면, 양측이 강대강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그간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이나 입법, 개혁으로 일구어낸 성과를 존중하고 이를 이어받아 국정 전반의 개혁 작업에 함께 동참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오는 6월 1일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열린다. 2년 뒤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 2년간 민주당이 지방과 국회를 정부 여당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지 묻자, 김 의원은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분위기 속에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힘든 선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의원은 "인수위 출범 직후부터 집무실 이전이나 인사 문제 등에서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는 독선적 행보를 보이면서 윤 당선자에 대한 기대 여론이 역대 최저치로 나올 정도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에 더욱 차별화된 정책으로 승부하면서 민생 개혁의 희망과 신뢰를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나름의 성과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또한 김 의원은 2년 후 총선에 대해 "민주당이 다시 한 번 확실한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시 강조하지만 그 전제조건은 바로 '실용 개혁'이다"라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는 172석으로 여러 개혁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미흡함이 있었지만,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력을 발휘해 서민과 중산층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한편 부동산 정책이나 조세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섬세한 정책설계, 실용적인 접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종부세, 임대차3법 등 민주당의 핵심 정책들이라 하더라도 그런 관점에서 다시 한번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의원실 비서진과 회의를 갖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 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새 원내사령탑이 된 박홍근 원내대표에 대해 "당내에서 굵직한 직책을 무리 없이 잘 소화해낼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우리 당에서 가장 현장의 민심을 잘 파악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박 원내대표에 대해 "앞으로 민주당이 지향해야 할 민생 개혁, 실용 개혁을 누구보다 잘 이끌어줄 수 있는 개혁 지향적인 인물"이라며 "특유의 친화력과 부지런함으로 민주당의 개혁을 탄탄하게 잘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해 "당장 북한과 대립적인 구도로 맞서는 것이 정치적으로 득이 될 수 있겠지만 남북이 서로 강대강으로 위기를 고조시키다 보면 결국 그 끝은 전쟁밖에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거두고자 하는 대북정책 목표, 비핵화와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며 "미중 대결, 남북 대결의 심화하는 구도 속에서 북한과 중국, 나아가 북중러의 협력 관계는 더 강화될 것이고, UN과 미국의 제재가 무력화되면서 북한의 핵개발은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가장 확실한 해법은 여전히 대화와 외교에서 찾아야 한다"며 "윤석열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별다른 충돌 없이 북한과 나름의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기를 숙고해보길 권한다"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윤 당선인을 향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그간 힘겹게 다져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과를 모두 원점으로 되돌리고 대결의 길을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지난 4년의 성과를 이어받아 더 높은 수준의 평화 번영으로 나아갈 것인가?"라고 질문을 제기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