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문 정부는 정권 초 ‘소주성’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정부가 해당 정책을 외칠수록 고용 상황과 분배 지표는 악화됐다.
악회된 성적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9~10월 전국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가구 소득 하위 20% 1구간 응답자의 월 평균 소득은 전년 대비 2만원 감소한 181만원인 반면, 상위 20% 5구간은 53만원 늘어 948만원이었다.
또 두 계층 간 소득배율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4.8배였는데, 2021년에는 5.23배로 벌어졌다.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양극화 해소’를 정책 목표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에서 되레 소득 격차가 더 확대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사람 중심의 국민성장 시대를 여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을 정책 기조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가계의 소득을 높여 경제를 선순환 시키겠다는 포부였다.
그러나 당시 이 개념을 접한 경제학자들은 소득주도성장으로 국가 경제를 성장시킨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지적 사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인해 소득은 줄고, 고용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실제로 소주성의 여파로 가파르게 인상된 최저임금은 고용 상황과 분배 지표를 악화시켰다.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어려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았고, 2018년 9월에는 정책기획위원회 내에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설치했다.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한 주요 현안과제를 연구하고,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정책 공감대를 확산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자 2020년 이후부터 청와대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2020년 초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경제정책 어젠다 중 소주성이 삭제됐고, 그 자리에 포용성장이란 키워드가 들어간 것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9년 12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를 쓰다 보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오직 소득주도성장에 의해서만 되는 거로 많은 오해가 있어서 포용 강화라는 측면으로 대변했다”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여전히 예산을 쓰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해당 위원회에 투입된 예산은 89억900만원이다.
다만 새 정부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한 바 있다. 또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 여시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꼬집었다.
한 후보자는 지난 3일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것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급격히 올린 소득을 감당할만한 여력이 안 되면, 그 기업이 결국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