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한국은행이 하반기에도 물가상승 전망치가 4%를 상회할 거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우리 경제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묘수를 찾을 수 있을 지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물가를 포함한 민생 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물가 상승이 서민 경제와 직결되는 만큼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자칫 새 정부 시작부터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위도 새 정부의 민생안정 대책 준비와 별개로 현 정부에 유류세 인하 외에도 특단의 서민물가 안정책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7일 브리핑에서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제 곳곳에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5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각 분과 간사단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인수위 제공
추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약 1개월 동안 열심히 마무리하기 위해 여러 현안을 챙기고 있고 챙겨야 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 인식을 정부에 촉구했고, 강도 높은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며 "인수위에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 전문가 견해를 들어가며 별도로 대응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도 물가상승이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자 인수위가 현 정부에 추가 대응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달 31일 현 정부에 유류세 30% 인하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오는 5월5일부터 7월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30% 인하하고 영업용 화물차와 버스 등에 유가 연동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1%로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물가가 4%대를 나타낼 것”이라며 “올해 물가 상승률이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높은 물가는 경제 주체들에 전방위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우크라 사태로 인한 원유 가격 폭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공급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아울러 외식비 등의 서민 물가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여전히 매출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등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작년 말 기준 1862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도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높은 물가는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소비 위축을 가져온다. 소비가 위축되면 내수가 침체되고 이는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입히게 된다. 윤 당선인이 물가를 포함한 민생 안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이유다.
인수위는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통화량 증가와 우크라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원인으로 보고 물가를 잡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 정부가 공포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방법으로 긴축 정책을 통해 통화량을 줄여 물가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가계 대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이라 정부가 유동성 정책을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금리가 오르면 지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자칫 서민 경제의 파탄을 불러올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요인에 공급과 수요라는 두 가지 문제가 모두 걸려있다. 코로나 이후 재정 지원, 금융 지원으로 돈이 시중에 많이 풀린 부분이 있고, 우크라 사태로 인한 공급망 문제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며 "원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이 중 한 가지 요인만 발생하는데 이번엔 둘 다 발생해 물가 상승 요인이 된 거다. 물가를 잡는 게 쉽지 않다. 난제다 난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윤 의원은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문제는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함부로 유동성을 축소(긴축정책) 시키면 큰일 난다"며 "물가가 한 두 달 오르더라도 자영업에 대한 고려 코로나 종식, 이로 인한 보복 소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정책을 펴야 한다. 유동성 조절은 속도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