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올해 초부터 중국시장의 재정비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던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국 정부의 상하이 코로나 19 봉쇄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사 모두 상하이에 공장을 두고 있지 않지만, 코로나19 빠른 확산세를 감안하면 봉쇄령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기아의 중국 공장이 있는 장쑤성은 상하이와 인접한 데다 일부 지역에서 이미 봉쇄령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장 가동 중단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봉쇄령이 확대 및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현대차·중국 재진출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북경 3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10일 국내외 주요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시정부는 지난 달 31일자로 일일 확진자가 1만3000명을 돌파하자 공식적으로 전면봉쇄 조치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추가 봉쇄 기한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무기한 전면 봉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테슬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 현대차와 기아 역시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상하이에 공장은 없지만, 봉쇄령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거나 장기화 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베이징과 충칭, 창저우 등에 5개 공장을 두고 있다. 기아는 장쑤성 옌청에 중국 합작 법인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기아 중국 공장이 있는 장쑤성의 경우 상하이 인근에 위치해 있고, 장쑤성 쿤산시만 해도 이미 봉쇄령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기아의 공장 가동 중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아는 부품 공급 업체들까지 모두 장쑤성 안에 있어 전면 봉쇄령이 시작되면 부품 조달과 생산에 있어서도 차질이 예상된다.
올해 초 전열을 재정비하며 중국 재공략을 선언한 현대차·기아로는 아쉬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6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줄곧 내리막을 탔다. 2016년 179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120만대로 주저 않았고, 2019년부턴 10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양사 중국 시장 판매량은 44만7282대로, 시장점유율은 각각 1.7%, 0.6%에 불과한 수준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생산 능력(165만대)의 25%에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한 데 이어 연초 목표인 56만대도 달성하지 못해 결국 베이징 1공장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연간 생산 능력이 30만대 규모인 충칭 공장을 가동률 저하로 멈춰 세우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초 현대차와 기아 중국 법인에 조 단위의 대규모 자금 투입을 결정하며, 중국 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함께 판매 반등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베이징현대는 지난 3월 홈페이지를 통해 60억위안(약 1조1400억원)의 자본금 확충 계획을 내놨다. 합작사인 현대차와 베이징차가 각각 절반(약 5700억원)씩 투자하는 구조로, 올해 6월까지 30억위안으로, 나머지는 연말까지 납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현지에서 52만대 판매를 달성, 그 중에서도 전기차 비중은 2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아 역시 중국 파트너사인 장쑤위에다와 함께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에 9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추가로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아는 올해 초 중국 시장 재편을 위해 둥펑위에다기아의 경영 구조를 3자(기아·둥펑·장쑤위에다)에서 양자(기아·장쑤위에다)로 개편하고, 새 사명과 신규 CI·SI를 오는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베이징모터쇼가 코로나19 확산세로 오는 6월로 연기된 데다, 현 추세로는 6월 개최 역시 장담할 수 없어 전면적인 계획 수정이 필요하다. 기아는 올해 중국 시장 목표 판매량을 18만5000대로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상하이발(發) 봉쇄령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면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재진출 전략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부품 수급에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장 가동까지 중단되면 차량 생산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전면봉쇄 조치로 물류대란과 부품수급이 힘들어지며 장기간의 공장가동중단사타까지 발생하고 있어 기존의 경영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제품의 상품성이 아니라 봉쇄령에 따른 경영환경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현재로서는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며 이런 문제가 해결 돼야 새로운 추진력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