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새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인수위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깜짝 발탁됐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과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임명 이유다.
원 후보자가 임대차 3법 폐지·축소, 부동산 규제 완화, 세제 개편, 공급 확대 등 윤 당선인의 부동산 핵심 공약을 추진해야 하는 무거운 임무를 맡게 된 가운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폭등을 잠재우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가져올 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서 원 위원장의 국토부 장관 후보 발탁 배경에 대해 “공정과 상식이 회복되어야 할 민생 핵심 분야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라며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히 주택을 공급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균형발전의 핵심인 지역의 공정한 접근성과 광역 교통체계를 설계해 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을 받은 후 인사를 하는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사진=인수위 제공
일각에서 원 후보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우려를 보이기도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을 지내는 등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한 '여소야대'라는 어려운 정치 상황을 고려해 정치·정무 능력을 우선한 인선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원 후보는 이같은 우려에 "국민들의 고통과 국민 눈높이를 전문가들의 견해와 잘 접목해 국민 전체의 꿈을 실현하는 데 정무적인 중심으로서 종합적인 역할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토부 장관 후보로서 정부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일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꿈을 잃은 젊은 세대가 미래에 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국토부 장관의 최우선 과제인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많은 단편적 정책들 때문에 시행착오와 국민의 분노, 피로가 쌓여 있는데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보다는 여러 문제들을 가급적 안정시키되 전체 조화·균형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 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내정됨에 따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핵심 부동산 공약인 '임대차 3법 폐지·축소와 종부세 폐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민간 주도 개발을 통한 주택 250만호 공급 등 주요 공약에 대한 추진 여부가 본격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의 전면 검토가 예상된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수요가 많은 서울 등 도심에 충분한 주택이 공급되도록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안전진단 항목 중 50%를 차지하는 구조안전성의 비중을 30%로 낮추는 방안이 마련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울러 부동산 공급확대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이미 수도권 130만∼150만호를 포함해 전국 250만호 주택 공급 공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국토부와 서울시 공동으로 '도심주택 공급 실행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원 후보자는 11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시장의 이치와 전문가들의 식견을 최대한 겸허하고 정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와 관련된 우려에는 “실질적인 수요에 걸맞게 그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정부의 철학이다. 잘못된 가격 신호로 갈 수 있는 규제 완화나 공급은 윤석열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규제 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중할 뿐만 아니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교하고 신중하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로 자칫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원 후보자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을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시험대이자 독배'가 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과 부처 이기주의 타파 등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새 정부의 첫 국토부 장관 후보로 임명된 원 후보자가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로 성난 민심을 잠재우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1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원희룡 전 지사가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가까이에서 정책 자문을 해온 만큼 부동산정책과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지 않나"며 "비전문가라는 지적이 있는데, 원 후보자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정책 방향을 세우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의 성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