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서울시내와 수도권 공항을 이어주던 운수 업체들이 속속 새 주인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차량 운행을 멈출 수 밖에 없어 적자 투성이였던 이들 회사를 인수한 배경을 항공업황 부활 기대감과 각 회사별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서울 공항버스 업체 4개사 37개 노선 중 3개사 31개 노선이 매각됐다. 이들을 인수한 건 티맵모빌리티와 마케팅 전문 기업 이브릿지다.
앞서 티맵모빌리티는 어펄마캐피탈·이스트브릿지 등으로부터 40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공항리무진㈜ 지분 100%를 650억원에, ㈜공항리무진은 6:4 인적 분할 방식으로 지분 60%를 1329억원에 품었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 미래에셋운용과 플랫폼파트너스는 컨소시엄을 이뤄 서울버스 주식회사로부터 800억원에 서울공항리무진의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5년이 지난 현재 티맵모빌리티로 주인이 바뀐 것이다. 절대 액수를 비교해도 미래에셋운용 측이 사들였던 때보다 150억원 낮게 거래됐는데,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서울공항리무진의 기업 가치가 더욱 낮아진 셈이다.
서울 시내와 인천·김포국제공항을 오가는 K-리무진 버스./사진=K-리무진 제공
이브릿지는 지난해 3월 사모펀드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와 대한항공 자회사 항공종합서비스로부터 칼 리무진을 96억원에 인수했다. 회사명도 K-리무진으로 변경했다.
이로써 전체 서울 시내와 인천국제공항·김포국제공항을 잇는 공항버스 업체 75%가 2개 회사 차지가 된 것이다. 노선은 회사별로 티맵모빌리티 26개, 이브릿지 5개를 보유하게 돼 전체 중 84%다.
한편 현재 공항버스 업체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서울공항리무진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211억~31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항공업계 호황에 따라 연간 18억~9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4억7500만원에 그쳤다. 2020년에는 매출이 46억5200만원으로 주저앉았고, 영업손실은 90억9400만원에 달했다.
공항리무진 역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매출이 최소 568억원에서 최대 849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26억~147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20년에는 매출 133억5000만원, 영업손실 162억원, 2021년에는 13억3400만원, 82억3600만원으로 재무 상황이 적자로 돌아섰다.
텅 빈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대한항공 카운터./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2019년부터 공항버스 회사들의 실적이 꾸준히 줄어든 것은 반일 불매 운동과 코로나19로 인한 항공편을 이용하는 여행객 수요 감소가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평년에는 흑자를 기록해왔던 만큼 국제선 전면 개방 시 공항버스도 코로나 시국 이전과 같이 운행을 정상화 해 다시금 영업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항버스 승차에 따른 매출은 현금 확보로 이어지는 만큼 모회사의 유동성도 좋아지게 만든다. 그러나 티맵모빌리티와 이브릿지가 공항버스 업체들을 인수하는 이유는 기존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티맵모빌리티는 올해 하반기부터 탄소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한다. 급출발·급가속·급제동을 하지 않고 주행 거리를 단축한 운전자들에게 탄소를 감축한 만큼 마일리지를 환급해준다는 것이다. 이 마일리지는 EV 충전·대리·주차·킥보드·공항버스 등을 제공하는 티맵(TMAP)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내연기관차인 현행 차량들을 2030년까지 전량 전기 버스로 교체해 ESG 경영 수준을 한 단계 제고할 수 있다.
미래 사업 과제로 티맵모빌리티는 통합 교통 서비스(MaaS)를 꼽은 바 있다. 티맵 앱에서 손쉽게 예약·취소가 가능한 '공항버스 좌석 예약 서비스'를 도입하고, 야간·새벽 시간대 여행객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자율 주행 기술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부터 서울시내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공항버스는 상대적으로 긴 구간을 다닌다. 따라서 티맵모빌리티가 인수한 두 공항버스 운수사 350여대가 운행하는 서울시내 전역이 자율주행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공항버스 회사에 투자함과 동시에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포섭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게 티맵모빌리티 측 전략이다.
이브릿지는 국내외에서 공항·호텔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다. 특히 국제공항 라운지·면세점·발렛 파킹·로밍·공항철도·항공권 및 패키지 할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K-리무진을 활용한 기존 업태 보강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