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기업들이 올해 경영환경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값이 감내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제조업체 304곳을 조사한 결과 '원자재값 급등으로 제품 생산단가가 크게 높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75.6%에 달했다.
이는 원유·철광석·석탄·유리·알루미늄·곡물을 비롯한 물품이 수급 문제에 직면한 탓으로, 전기차배터리 핵심 원료로 꼽히는 리튬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472% 가량 비싸졌다. 네온·크립톤 등 반도체 핵심원료도 올해 초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0.9%·105.1% 가격이 올랐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LG화학 대산공장·롯데케미칼 울산공장·금호석유화학 고무공장·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울산공장 전경/사진=각 사 제공
이를 판가에 반영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원자재값 변동을 제품가격에 반영했냐는 질문에 '충분히 했다'는 15.8%에 그쳤으며, 반영할 계획이 없다는 비율도 10.2%로 나타났다. 거래처와 사전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미리 원자재를 확보한 덕분에 여유가 있다는 기업은 20%가 되지 않았다.
대한상의는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올해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이 66.8%에 달했으며, 영업적자를 우려한 비중도 31.2%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조업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2월 기준 8.4%로, 10개월 연속 6%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은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9.8%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연구원(KIET)은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석유·화학·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자물가가 0.68% 높아지고, 공급망 교란 10% 충격도 제조업 생산자 판매가를 0.36% 끌어올린다고 분석했다.
올 1분기 시황과 매출 경기실사지수(BSI)가 각각 88·86으로 집계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는 기준치를 10 이상 밑도는 것으로, 전분기 대비 경영환경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미국 금리 인상도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언급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을 야기, 수출 채산성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지난해 5월부터 올 2월까지 0.8%포인트 오르는 등 수출기업들의 유동성도 악화됐다.
한국무역협회는 전체 수입에서 1차 산품과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3%라는 점을 들어 다음달 0.5%포인트 인상이 현실화되면 해상운임을 비롯한 수출기업의 부대비용도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 2월 신흥국 수출 비중이 지난해 12월 대비 1.5%포인트 축소되는 등 판로 확보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자본유출과 경기 둔화가 진행되면서 수입수요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실장은 "당장의 원자재값 인상 부담을 어떻게 줄이냐에 대한 고민도 크지만,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복합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전략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임금·금리·믈류비 등 비용부담 요인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