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지난달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4조원이 넘는 매도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지난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 나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39억3000만달러가 빠져 나갔다. 3월 말 원·달러 환율(1212.1원)로 계산했을 때 약 4조7000억원어치를 팔아 치운 셈이다. 순매도 규모로는 지난해 8월(44억50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개월간 순매수세를 보여 왔던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월별로는 지난해 11월 25억2000만달러를 사들이며 순매수로 돌아섰고 12월 36억9000만달러를 투입하며 매수세를 이어갔다. 올해 1월에도 18억1000만달러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순매수 흐름을 지속했다.
그러나 올해 2월 들어 18억6000만달러 규모의 주식을 내다 팔며 다시 순매도로 방향을 바꿨고 지난달에는 매도 규모를 2배 넘게 확대한 셈이다.
이달 역시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행렬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번 달 첫 거래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2조5226억원어치를, 코스닥 시장에서는 512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양대 시장을 합친 매도 규모는 3조354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자금이 국내 증시를 이탈하는 이유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꼽고 있다. 두 나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다”면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리스크 증대로 순유출 폭이 확대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에서는 순매수세를 유지했지만 규모는 축소됐다. 외국인 채권자금은 지난해 1월부터 15개월 연속 순유입세를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 채권자금은 순유입이 2월 34억9000만 달러에서 지난달 5억4000만 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지난 2020년 12월(1억7000만달러 순매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외금리차 축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식과 채권을 합한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지난달 33억9000만달러의 순유출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이탈 행렬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보이는 외국인의 자금 이탈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확대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국내 주식을 살 특별한 이점이 없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이 본격적 긴축 시대로 접어들면서 신흥국 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점도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세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