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반대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한 면담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면담 요청은 있었다”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국회가 논의해야 할 입법의 시간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 그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여야 간 팽팽하게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검수완박에 대한 국회 해법이 나오기까지 김 총장을 만날 일은 없을 전망이다. 김 총장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요청할 것이므로 만남 자체로 국회 과정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나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검수완박 관련법인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소속 의원 172명 전원 공동으로 발의했다.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 조항을 삭제하고 기소권만 남겨 놓은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수사기관 사이의 상호 견제를 위해 경찰이나 공수처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의 시행 유예기간은 3개월로 설정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오는 18일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처리하고, 늦어도 28일 본회의에서 입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다음달인 5월 3일 열리는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 공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처리에 대해 현재 여야는 예상되는 상대방의 속셈을 겨냥해 공격하고 있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개혁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야당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수사를 틀어막으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검수완박에 대해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우리 헌법에는 검찰청의 권한에 대해 인권 문제인 인신구속과 관련된 검사의 영장청구 조문 하나를 명시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검찰개혁에도 검사의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 발부에는 어떠한 변동도 없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검찰개혁의 1단계였다. 1단계는 해냈는데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검찰권이 강화될 소지가 높다”며 “우리는 이것을 역사의 중단이자 후퇴로 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3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하고 있다. 2022.3.11./사진=국민의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5일 “할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범죄자뿐”이라며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은 많이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서 맞장구를 치며 “당의 입장과 일치한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이라는 무리수를 계속 강행한다면 법제화된 상설특검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15일 “명백한 헌법 위반이며 범죄 피해자와 국민의 고통만 부를 뿐”이라고 비판했으며, 김오수 총장은 15일 국회에서 “검찰이 잘못했다면 책임은 검찰총장인 저에게 있다. 입법에 앞서 저에 대한 탄핵 절차를 먼저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검수완박을 놓고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이제 박병석 국회의장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2석 과반이 넘는 민주당이 입법 처리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본회의를 통과시킬 키를 박 의장이 쥐게 됐기 때문이다.
박 의장이 민주당 출신이고 검찰개혁이란 명분이 있는 만큼 검수완박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반면,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박 의장이 지난해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여야 간 극한 대립 때에도 직권상정을 거부한 바 있어 그의 의중에 이목이 쏠린다.
이런 가운데 박 의장이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7박10일 일정으로 하는 미국·캐나다 순방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박 의장이 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길 경우 민주당의 입법 완료가 가능해보인다.
한편,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필리버스터를 강제종료시키려면 180석 이상 동의가 필요해서 민주당은 ‘쪼개기 임시회’ 카드도 고려 중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