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들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트렌드가 자본시장에서도 붐을 이뤘지만 정작 수익률은 기대 수준을 크게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을 포함해 대외환경이 ESG 경향과 다소 어긋나게 흘러간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트렌드가 자본시장에서도 붐을 이뤘지만 정작 수익률은 기대 수준을 크게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기금들의 ESG 관련 투자 수익률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 분기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에너지 비중이 작은 편인 ESG 자산들의 수익률이 유독 부진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 상장된 ESG 상장지수펀드(ETF)는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S&P500을 상회하는 구간이 있었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변화하면서 친환경 정책의 위상 자체가 바뀌고 있는 지점들도 포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여름철 판매가 금지된 고에탄올(E15) 휘발유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E15는 에탄올 함유량이 15%로 일반 휘발유(E10)보다 농도가 높다. 이는 곧 여름철에 스모그 발생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매년 6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판매를 금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유가 폭등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 중에서 에너지 물가 비중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 우려를 경계해야 하는 당국의 상황에선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E15의 여름철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ESG 펀드들은 에너지주들을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수익률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탈석탄·탈화석’을 중심 테마로 하는 ESG펀드들의 1분기 성적이 부진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큰손’들이 ESG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왔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ESG 비중을 크게 잡고 있었던 기관들은 수익률 고민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외적으로 ESG 전략의 비중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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