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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논란' 윤석열 정부 출발점에 먹구름 낄까

2022-04-18 15:36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차분하게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어제 회견을 통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모든 것을 열고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제가 발생하면 수사까지 스스로 의뢰하겠다고 했다. 검증의 시간은 국회 청문회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궁금증을 계속해서 건전하게 제기해주시고 법적으로 보장된 청문회 자리를 통해서 적임자인지 판단해 달라."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18일 오전 열린 일일브리핑에서 정호영 장관 후보자의 자녀 의대 입학 의혹에 대해 밝힌 발언이다.

정호영 후보자 의혹을 놓고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의혹에 대하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회 다수당으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저격수로 나설 더불어민주당은 거듭 강공을 예고하고 나섰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정 후보자의 청문회 소명을 지켜보자며 사태가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18일에도 자녀의 '아빠 찬스' 논란을 받고 있는 정 후보자를 겨냥해 맹폭을 퍼부었다.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키워드로 내세워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이기에 더 그렇다. 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와 관련해 자신들이 비판 받았던 '내로남불' 프레임을 앞세워 날을 세웠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지금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통해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벌이지 않았느냐"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은 40년 지기 정 후보자에게 우정이 아니라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며 "팩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은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정 후보자의 의혹과 허물에 대한 무책임한 감싸기이자 전형적 내로남불"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후보자는 전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녀들의 의대 학사편입 특혜 논란, 아들의 병역 등급 판정 논란 등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국민 여론은 긍정적이지 않다.

의료계는 전날 정 후보자의 기자회견 해명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생겼다고 보고 국회 인사청문회 소명까지 지켜보자는 여론이 커졌지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절차의 적법 여부를 떠나서 특권 특혜 논란이 일게 뻔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정 후보자의 공명심이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의혹에 대하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에서 활동했다가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던 신평 변호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버지가 경북대병원이나 경북대 의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에 자식 둘 모두가 전국민적 선망의 대상인 의과대학에 편입학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선 과연 그것이 공정한 절차를 거쳤을까 하는 상식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현재의 국민감정이 요구하는 '공정의 원칙'이 어느 정도 수준일까 하는 점"이라며 "법적으로 잘못이 드러나지 않아도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그 기득권을 자식을 위해 부당하게 행사한 경우 이를 어떻게 평가하여야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정 후보자와 관련된 논란은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이지만, 이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 때까지 사실관계에 대한 정리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4일 정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관련법에 따라 국회는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지만, 정 후보자가 요청한 교육부 조사는 조사 착수에만 대개 한달 이상 소요된다.

정 후보자가 17일 기자회견에서 "장관 취임 이후에라도 부정이 발견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정 후보자가 선택할 문제다.

인수위 관계자는 18일 본보 취재에 "지금 상황에서 법 위반이나 불법 적법을 따지고 팩트 체크해선 안된다는 주변 여론이 높아만 가고 있다"며 "윤 당선인이 이번 장관 인선에서 스스로 거듭 공언했듯이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과 상식을 지금껏 강조해왔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하기도 전에 불공정 역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후보자의 자진 사퇴 아니면 당선인의 후보 지명 철회만이 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내다봤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의혹에 대하여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다만 현재로서 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뜻이 없는 당선인측 입장은 분명하다. 인사 청문회에 가서 제대로 검증하자는 것이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이제 앞으로 프레임 하지 말고 검증하라, 입시 병역 문제에 있어서 팩트로 밝혀진 게 있으면 얘기해보라"며 "자신이 복지부 장관이 되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만두고 법적인 책임까지 지겠다는데 어떻게 얘기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정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으로 정 후보자가 청문회에 설지, 선다면 어떤 해명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나설지 주목된다.

점점 엄격해지는 공정의 기준이 윤 당선인의 이번 인선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평가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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