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우리나라 과수 산업이 농가인구 감소, 고령화, 기후변화 및 개방 확대 등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기술,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기술은 농업이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가지치기와 꽃따기, 약제 방제 등 사과 생산 과정에 자동화·기계화 기술을 접목하고 재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농총진흥청 사과연구소에서 개발한 디지털 생산에 적합한 수형 및 기계화 재배방식./사진=농진청
디지털 농업이란 생산성 및 편의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을 목표로 상기 디지털 기술을 농업에 활용하는 것으로서, 온실에서 과채류를 재배하는데 사용되는 스마트팜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지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최근 이러한 디지털 기술은 노지재배 작물로 적용이 확장돼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노지재배 작물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작물재배 관련 요소의 제어와 기계화·자동화가 어려워 디지털 기술의 적용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 디지털 기술은 현장의 요구도와 파급효과가 매우 큰 분야”라고 강조했다.
사과 재배과정을 예를 들면 △겨울철의 가지치기 △꽃 따기 △약제 방제 △입 따기 △수확에 이르기까지 모든 농작업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과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기계화·자동화를 위한 디지털 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농진청은 디지털 기술을 사과 재배에 적용코자 지난 2018년부터 3단계에 걸친 기술개발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먼저 1단계로 분야별 기반기술을 연구했고, 지난해부터는 2단계로 기술별 현장 실증을 추진 중에 있으며, 3단계로는 2025년까지 그간 적립한 모델을 일반 농가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농진청은 경북 군위에 위치한 사과연구소에 테스트베드를 마련하고 2018년부터 사과 생산의 전 과정을 기계화·자동화하는 ‘사과원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했다.
동 플랫폼의 주요 개발 성과로는 △무인자동 약제살포장치 △디지털 생산에 적합한 수형 적용 △토양수분 자동조절장치 △AI 기반 병해충·생리장해 진단 및 대응기술 등의 개발이다.
구체적으로는 무인자동 약제살포장치를 통해, 농업인이 과수원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집이나 과수원 외곽에서 약제를 살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방제시간을 8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 사과나무는 넓은 삼각형 형태로 재배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에 개발한 수형은 매우 좁은 삼각형 형태로 기계화·자동화에 최적화돼 있는 만큼, 생산성이 증가했다. 동 수형으로 과수원을 구성할 경우, 인력으로 해야 하는 작업을 트랙터에 전용 기계를 부착해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과수원 토양 상황을 파악한 후 최적량의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해, 온도 및 습도 등 각 토양환경 정보가 컴퓨터에 전송되면서 기존에 프로그래밍된 토양수분 조건에 따라 물이 자동으로 공급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동 시스템은 향후 나무의 영양상태를 진단한 후 생육단계별로 적정 양분을 자동공급하는 기술로 고도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는 AI 기반 병해충 및 생리장해 진단 및 대응기술로, 현재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나방류의 발생을 예찰하고 발생상황에 따라서 방제시기를 결정하고 있으며, 시스템을 고도화해 나무의 생리장해 등 이상 증상도 맞춤형 대책을 신속하게 제시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지원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이 20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사과원 디지털 플랫폼' 구축 관련 브리핑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e브리핑 캡쳐
이 원장은 “앞으로 농진청은 2025년까지 농가보급형 미래 디지털 사과원을 100개소로 확산하고,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계화·자동화에 연구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4차 산업 혁명 기술을 접목한 사과원은 다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과 산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돼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이 원장은 무인방제시스템 및 기계화 작업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헥타르(㏊)당 약 7000만원 정도의 초기 설치비용이 들어간다”며 “다만 이는 초기 개발 모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확산됨에 따라, 지금의 구입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또한 한번 설치되면 내구연한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기반 인프라로서 충분히 활용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급사업 추진시 초기단계에서는 정부와 농업인이 비용을 분담하나, 구체적인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농진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과수재배지 변동을 예측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신기후 시나리오에 의하면 최악의 경우 사과원의 재배적지와 재배가능지가 과거 30년 대비, 지속적으로 줄어 2070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매우 비관적인 결과지만 한반도의 사과 산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품종 개발과 맞춤형 재배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