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금강산에 있는 해금강호텔 철거 움직임에 이어 남측 시설인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8개 건물을 일주일 만에 초고속으로 철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에 열병식을 열지 않은 북한에서 열병식 준비 정황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위성사진 서비스업체인 ‘플래닛 랩스’의 17일 위성사진을 분석해 “8개 건물이 모두 해체돼 바닥에 일부 흔적만 남아다”고 19일 밝혔다. 북한은 지난 10일 중심부 건물을 해체하기 시작해 11월 건물 2개 동이 사라졌고, 나머지 6개 동도 해체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미 스탠퍼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북한이 어떻게 이처럼 빠른 속도로 해체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불도저로 밀어버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 골프장은 한국의 리조트 기업인 아난티가 현대아산으로부터 임대한 대지에 세운 시설이다. 2008년 개장했지만 불과 2개월 만에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사건이 발생해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다.
북한 금강산 골프장 동쪽 지대에 위치한 숙박단지를 위성 촬영한 위성사진. 지난 1일과 9일까지만 해도 대체로 온전한 모습이지만 10일 중심부 건물(왼쪽 붉은 사각형 안)이 사라지고 11일에는 북쪽 2개 동(오른쪽 붉은 사각형 안)이 철거된 모습이다. 다른 건물들도 지붕이 뜯겨진 정황이 보인다. 2022.4.19./사진=Planet Labs 제공 VOA 홈페이지
이와 함께 북한은 철거를 진행해온 해금강호텔도 계속 해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VOA는 19일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고화질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해금강호텔은 1~3층 정도의 높이만을 남긴 채 윗부분이 모두 사라진 상태라고 밝혔다.
또 건물 앞면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처럼 큼직한 어두운 색상도 확인됐다. 아울러 계속 위에서 아래층 방향으로 철거가 진행되는 듯 옥상에는 건설 자재들이 남아있었으며 건물 앞쪽 공터에는 건축 폐기물들이 쌓여 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약 2년 5개월 후인 지난달 6일부터 해금강호텔의 철거 정황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금강산 시설 해체 움직임과 관련해 북측에 두차례 협의 요구를 제안했으며, 사업자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3월 초부터 해금강호텔 철거 움직임을 포착하고 면밀히 주시하면서 사업자 측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유관기관과 협업해오고 있다. 골프장 시설과 관련해서도 4월 9일쯤부터 철거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4월 초 북측에 두차례 협의를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북측에서 구체적 응답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 미림비행장 인근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18일자 위성사진에 많은 병력과 차량이 보인다. 2022.4.19./사진=Planet Labs 제공 VOA 홈페이지
앞서 통일부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경로를 통해 4월 1일 해금강호텔, 4월11일 골프장 철거 동향과 관련한 해명 요구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 제의를 구두로 전달한 바 있다.
한편, 아난티측은 금강산 관광특구에 보유한 골프장과 리조트 자산 507억원을 손상처리하면서 금강산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다.
플래닛 랩스는 또 지난 17일 평양 미림비행장 훈련장을 촬영한 사진에서 1만2000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이 운집한 모습을 포착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9일 밝혔다. 미림비행장은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하기 전 병력과 각종 군 장비를 집결해 대기시켜놓는 곳이다.
이 밖에 17~18일 김일성광장에 대형 천막이 세워지기도 했다. 17일 김일성광장을 촬영한 사진에서는 열병식 예행연습을 위해 수천명의 병력과 수십대의 군사 차량이 대형을 이루며 행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RFA는 마틴 윌리엄스 스팀슨센터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현재 많은 군인과 차량들을 볼 수 있지만 탱크, 미사일 발사차량 등 특수차량은 볼 수 없다”며 과거 열병식 사례를 근거로 할 때 관련 장비나 차량들은 위성사진으로 촬영할 수 없는 차고 안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