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국내 대기업의 ‘고임금 저고용’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사이 국내 주요 대기업 120곳의 임직원 인건비는 13% 가까이 상승했지만, 고용은 0.2%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원가상승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의 ‘국내 주요 120개 대기업 2019년~2021년 3개년 인건비, 고용, 평균 연봉 비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20개 대기업이 지급한 임직원 총 인건비는 74조7720억원으로 전년(66조2873억원) 대비 12.8% 증가했다.
2020년 대비 2021년에 120개 대기업이 인건비로 지출한 비용은 8조4847억원 이상 많아졌다. 인건비는 급등했지만 고용 증가는 미미했다. 120개 대기업의 지난해 기준 임직원 숫자는 77만6628명으로 2020년(77만5310명)과 비교하면 1300명 가량 증가했다.
이는 대기업에서 인건비가 증가하면 더 많은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인건비 증가=고용 증가’ 공식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국CXO연구소는 설명했다.
이번 조사 대상 120개 대기업 중 2020년 대비 2021년에 임직원 인건비 규모가 증가한 곳은 99곳으로 파악됐다. 고용을 한 명이라도 늘린 업체는 120곳 중 64곳이다. 같은 기간 120곳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2곳은 고용이 줄었는데도 인건비는 증가했다.
최근 1년 사이 임직원 인건비 금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전자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임직원 급여 총액은 13조1676억원(2020년)에서 15조8450억원(2021년)으로 높아졌다. 이 기간 늘어간 급여 총액은 2조6773억원(20.3%)이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도 같은기간 인건비가 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 7024억원(2020년 2조6354억 원→2021년 3조3379억원), 현대자동차 5893억원(6조 2978억 원→6조8872억원) 이상 인건비로 지출된 비용이 늘었다.
120개 대기업 중 임직원 평균 보수가 1억원 이상인 기업은 2019년 10곳, 2020년 13곳에서 지난해는 25곳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은 자동화, 기계화 등으로 인력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노조와의 임금 협상과 회사 수익 창출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으로 임금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문제는 중소기업의 연봉 수준이 대기업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가 인재 유탈 등 기업 생태계는 물론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건비 상승과 함께 원가 압박까지 가중되면서 기업들은 고심이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국내 생산자물가가 치솟고 있다. 한국은행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2015년 수준 100)는 116.46으로, 2월(114.95)보다 1.3% 높아졌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2017년 1월(1.5%) 이후 최대폭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8% 높은 수준으로, 16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