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위장탈당' 카드까지 꺼내들며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처리를 밀어붙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국민의힘과의 협상 물꼬를 트게 됐다. 민주당 내에서 조차도 '검수완박'이 아닌 '꼼수완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데 따른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당초 22일 '검수완박' 법안 강행을 위해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의 소집을 예고한 바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법안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조차 '검수완박' 졸속 처리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검수완박'을 위해 민형배 의원이 위장탈당한 데 대해 “국민께서 지켜보고 있다.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분별력 있게 하자”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출신 조응천 의원도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단 말이 있다"며 "국민들의 시선이 두렵다”고 우려했다. 박용진 의원도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것을 언급하면서는 “묘수가 아니라 꼼수”라며 “국민 공감대 없는 소탐대실은 자승자박이다.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얻은 교훈 아니냐. 국민들께서는 민주당이 지금 선을 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직격했다.
4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민주당은 그동안 의회민주주의의를 입버릇처럼 강조해 왔다. 그러나 '검수완박' 입법 처리를 두고는 자당의 의원을 '위장탈장'시키는 등 의회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파괴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병욱 의원은 "우리 당이 비판받아 온 내로남불 정치, 기득권 정치, 꼼수 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정상적으로 냉철한 판단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주의 능멸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고 민주화를 이룩했던 영웅이 괴물로 변하고 있다는극한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안팎의 비판이 거센 상태"라고 우려했다.
최 원장은 "그럼에도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데에는 대선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복심리와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 이후 불어닥칠 사정압박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두 가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수밖에 없다"며 "지금 민주당은 초강수가 최고의 방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은 22일 오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점을 최대 1년 6개월 뒤로 미루는 중재안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에 전달하며 오늘 안에 반드시 결론을 내라고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중재안에서 부족한 것은 보완해가겠다. 다음 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 중재안에 대해 치열한 논의 결과 우리 당은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 원장은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을 양측이 수용하기로 했다고 했는데, 어쨌든 민주당으로서는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어간 것이고, 양당이 최고 파국을 모면한 것으로 보고 협상의 물꼬가 터졌다고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최 원장은 "국민의힘 입장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민주당이 의석으로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고 되돌리기도 엄청 어렵다. 너무 많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며 "물론 '검수완박'이 아니라 '검수반박'이 되긴 했지만 양쪽이 합의하기로 물꼬가 터졌으니 파국을 면할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최종 합의가 힘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중재안을 민주당 내 강경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지도 문제고, 김오수 검찰총장도 중재안에 반발해 다시 사표를 내지 않았나"라며 "뒤짚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