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남양유업 매각을 두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본격적인 법정 공방에 돌입한다. 계약 파기에 대한 책임을 따지려는 한앤코와 계약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는 남양유업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증인들의 진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매계약 이행 본안 소송 변론기일을 열었다. 지난 3월 법원 인사이동으로 담당 재판부가 변경된 이후 처음 열린 공판이다.
남양유업과 한앤코는 지난해 5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가 같은 해 9월 초 계약이 파기되면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을 오는 6월7일에 증인으로 출석 요청하기로 했다. 함춘승 사장은 홍원식 회장에게 한상원 한앤코 대표를 소개한 인물로, 이번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 계약의 중개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계약 당사자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사장을 6월21일에 출석을 요청하기로 했다. 두 사람을 대질심문 할지는 확정하지 않았다.
핵심 증인 3명 이외에 박종구·박종현·김완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김현락 남양유업 팀장, 배민규·이동춘 한앤코 부사장 6명은 오는 7월5일에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당초 홍 회장 측 법률 대리를 맡은 LKB앤파트너스는 13명의 증인을 신청했고, 한앤코 측 법무법인화우는 핵심증인 포함 6명까지만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한앤코 측 법무법인화우는 “소송이 8개월 가까이 지나고 있어서 회사가치 손상 우려 있기 때문에 이른 진행을 요청하는 것이다.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증인이 많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LKB앤파트너스는 “원고(한앤코) 측은 이미 확정된 계약서 내용을 얘기하는 것이고, 저희는 이 계약서가 왜 그렇게 체결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상황을 입증하기 위해 증인이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남양유업 직원 등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증인 요청 일부를 기각하고 총 9명을 채택했다.
홍 회장 측이 무려 13명이나 되는 증인을 신청한 것은 ‘쌍방대리’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쌍방대리란 동일한 대리인이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을 대리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어느 한 쪽의 이익 혹은 권리가 보호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M&A에서는 금하고 있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와 주식매매계약을 맺기 전까지 양측의 법률대리인이 모두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한앤코와 계약 자체가 무효하다는 주장이다.
쌍방대리 관련 계약 당사자가 사전에 이를 알고 허락했는지, 김앤장의 양측 대리 행위가 ‘법률대리’인지 ‘법률자문’으로 볼 것인지가 향후 남양유업 매각 분쟁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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