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올해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복권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공격적인 경영 전략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진단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대만의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TSMC의 올해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해보다 3%포인트 오른 56%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16%로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3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TSMC는 최근 대규모 시설 투자를 잇달아 발표하는 등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시장에선 향후 TSMC와 삼성전자 간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했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2019년부터 18% 안팎에 머물고 있지만, TSMC는 꾸준히 50% 이상을 유지하면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할 열쇠를 쥐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여전히 법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수감 생활까지 했던 이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상태로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삼성전자 대표라는 공식 직함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이런 점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랫동안 지속된 오너 리스크가 삼성전자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진단이다.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점도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비단 삼성전자만의 사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의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지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중 2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수치다.
때문에 한국 경제가 위축되지 않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와 총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지만, TSMC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주력 업종인 휴대폰 사업도 미국의 애플과 중국 업체의 도전을 받고 있다.
기술 격차를 따라잡거나 새로운 도약을 꾀할 수 있는 대형 M&A도 2016년 하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진행된 것이 없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에 연루되면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결단이 모두 중단된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시점에 이 부회장의 족쇄를 풀지 못하면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쟁력 저하는 삼성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 및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하루 속히 이 부회장의 사면 복권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