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시작된 중고자동차시장의 대기업진출 시기가 28일 오후에 발표된다.
소비자 보호가 먼저냐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먼저냐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오랜기간의 계도기간을 거쳤음에도 양성화에 실패한 시장 상황 때문에 더 이상의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전체 시장에 문제가 아니고 일분 악덕 업자들의 만행이었다고 하지만 개선해야 될 부분도 많고 품질보증 문제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불신 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해야 된다는 게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 관련 최종 권고안을 도출한다. 사업조정심의회가 열릴 경우 통상 당일 결론이 났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끝장 토론 끝에 당일 최종 권고안이 나올 것으로 중기부는 보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시작된 중고자동차시장의 대기업진출 시기가 28일 오후에 발표된다. /사진=미디어펜
조정안은 정부가 완성차 업계에 중고차 시장 문을 언제, 얼만큼 열 지가 핵심이다.
그간 기존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대하며 대기업의 사업 개시를 최장 3년으로 연기하고, 그 이후에도 최장 3년에 대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매입과 판매를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6년 간의 유예기간 부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따르면 사업조정심의회는 중소기업의 사업기회 확보를 위해 3년 이내에서 기간을 정해 대기업의 인수·개시·확장 시기를 연기하거나, 생산 품목·수량·시설 등을 축소하도록 권고(의결)할 수 있다. 이후 중기부 장관은 3년 이내에서 한 차례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는 이를 수용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사업개시 시기를 최장 3년 더 미루는 것도 모자라 여기에 3년 더 매입과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조정이라기 보다 제재에 가깝다.
게다가 현대차와 기아는 거래 대상을 자체 생산 브랜도 한정했고, 모든 중고차가 아닌 일정 기간이 지난 중고차에 한해서만 거래를 제한하는 등 기존 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자발적인 판매 제한을 추진 중이다.
판매량도 2022년 4.4%를 시작으로 2023년 6.2%, 2024년 8.8% 선에서 스스로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정부가 어느 한쪽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보다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사업 개시 시기를 다소 미루는 선에서 절충하는 내용의 권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반년,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으로 진출하는 수준의 권고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이 넘어가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사업 개시 시기가 뒤로 크게 밀리는 게 아니라면 현대차·기아는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사는 현재 전담 조직을 구성, 중고차 사업을 적극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업 부지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사업의 틀은 이미 완성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3월과 4월 연이어 중고차 전략을 발표하며, 중고차 사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혔다.
양사 모두 엄격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자사의 인증 중고차 판매를 기본으로 하되, 현대차는 중고차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포털 구축을, 기아는 구독 프로그램 개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확정되면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 파이는 단번에 확대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등록 대수는 394만4501대다. 이는 신차 등록 대수(173만5036대)의 약 2배다.
미국과 유럽(EU) 등 선진국들의 경우 이미 신차 대비 중고차시장 규모가 3배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중고차 시장의 성장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질적 성장도 예상된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허위매물 매매, 무자료 거래 등의 비정상적 거래 등으로 점차 불투명해졌다. 철저한 판매자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모든 피해를 떠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도 있었다. 하지만, 대기업 진입이 금지된 중고차 시장은 오로지 그들만을 위한 리그였다.
하지만 대기업 참여로 업계 간 경쟁이 촉진되면 그들만의 리그도 막을 내릴 전망이다. 특히 품질 서비스 측면에서 대대적인 옥석 가리기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가 직접 인증하는 고품질 중고차의 등장으로, 소비자들 사이에 중고차 시장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별 생애 전주기 운행과 정비관리 이력 데이터 축적, 관련 시스템 운영과 정보 공유 확산으로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되고 허위 매물, 사기 거래 등이 자연스레 퇴출될 전망이다.
중고차 플랫폼과 IT를 융합한 기술의 장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수리·정비·인증 등 현재 신차 중심의 모빌리티 관련 사업 역시 중고차 시장에서 빛을 볼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르노코리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 한국지엠에게도 새로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자사 차량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면 신차 재구매율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고객층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인증 중고차를 통해 제품의 보증을 한다면 현재 최대 맹점으로 꼽히는 중고차 가격방어효과도 누릴 수 있다.
또한 인증을 통해 중고차 가격이 높아지면 신차 판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상 중고차 인증 가격이 높아지면 신차 판매 가격은 중고차 잔존가치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벤츠와 BMW 등 수입차 브랜드들은 일찍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자사 차량 가치 하락을 방어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최근 공급망 이슈로, 신차 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 수요를 지키고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국내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 오는 2026년에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이 6.8%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어 르노코리아, 쌍용차, 한국지엠이 2.1%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