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고이란기자] 힐러리 로댐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가운데, 그의 최근 자서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가 직접 집필해 화제를 모았던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은 4년 동안 112개국 160만킬로미터를 여행하며 세계의 중심에서 역사를 바꿔온 미국 외교관으로서의 행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내린 힘든 선택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힐러리 클린턴, 대선 출마 선언…위험한 순간 그리고 '힘든 선택들' |
“우리는 모두 삶 속에서 힘든 선택들과 마주한다.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과 그 선택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곧 우리의 모습이 된다.” 세계 역사의 중심에서 보낸 나날들에 대해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2008년 대선 라이벌이던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그는 뉴욕 주 상원의원으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놀랍게도 힐러리에게 국무장관직을 제의하고, 그는 고민 끝에 그 제의를 받아들인다.
힐러리는 라이벌이던 오바마 대통령과의 산산조각 난 동맹관계를 어떻게 개선할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잠재울지, 세계 금융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결정해야 했다. 새로운 경쟁상대로 급부상한 중국과 점점 커지는 이란과 북한의 위협, 혁명의 물결에 휩쓸린 중동도 문제였다.
특히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리비아에 이르는 넓고도 위험한 지역에 미군을 파병할 것인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외교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이 책에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112개국 160만 킬로미터를 여행하며 세계의 중심에서 역사를 바꿔온 미국 제1의 외교관 힐러리의 특별하고도 역사적인 이야기, 그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내린 힘든 선택의 순간들이 소개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탈레반과의 전쟁에 미군을 투입한 가운데 미국이 다름 아닌 탈레반 반군 일부와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0년 1월 인터뷰를 하던 중, 이런 소식에 미국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겠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하나를 주지 않고는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없습니다. 정치적 노력 없이 군사적으로 파병만 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해집니다. 지원해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적과 화해하려 하면 성공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건 사실상 아주 합리적인 결합전략인 셈입니다.” (…) 그것이 현명한 전략일지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덧붙였다. “당신이 한 질문의 저의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나쁜 놈들’과 왜 대화하려고 하느냐는 거죠?”(224~225쪽)
아랍의 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위크리크스의 기밀문서 노출…. 그 사건의 배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지도자들과 국가들은 때로 왜 협력하고 어떻게 충돌하는 걸까.
전 세계 최고 지도자들 사이에 펼쳐지는 정교한 전략과 치밀한 음모론. 정치·경제·문화·군사 문제 뒤에 자리한 얽히고설킨 복잡한 이해관계. 책은 세계의 중심에서 수십 년간 사회변화를 통찰한 힐러리가 표면적인 현상 뒤에 숨은 실제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각각의 상황에 맞게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문화적 도구들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힐러리의 탁월한 외교 능력을 엿볼 수 있다. 힐러리가 전 세계 지도자들과 나눈 최고 수준의 외교적 대화는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준다.
‘나는 소신껏 행동했다고 생각했고, 내가 가진 정보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었다.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은 나뿐이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내가 틀린 건 사실이다. 정말 잘못한 것이다. 우리 정치 정서에서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약점이 되곤 하는데, 사실 그것은 국민과 국가가 강해지고 성장했음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이것은 내가 국무장관을 지내며 개인적으로 체득한 또 하나의 교훈이다.(202쪽)’
힐러리는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며 경제불평등, 인권, 기후변화, 에너지 혁신, 환경과 보건 등 다양한 영역에서 21세기 지형을 새롭게 바꿀 흐름들에 대해 범세계적인 관점을 얻게 되었다. 어렵고 현실적인 전략적 선택들 사이에서 힐러리가 지켜낸 보편적 가치들은 무엇일까.
그는 인권과 여성, 청년, 성소수자의 완전한 사회참여를 열성적으로 주장한다. 21세기는 협력국은 늘어나고 적대국은 줄어든 세계, 책임을 더 많이 공유하고 분쟁은 감소한 세계,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빈곤이 줄어든 세계, 환경을 보존하며 널리 번영하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소외집단들이 정치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보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경제라는 도로 위에서 공통된 교통규칙을 지키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일들을 해내는 능력이 곧 국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된다. 힐러리는 전 세계 지도자들 및 전문가들과 대화하며, 점점 더 긴밀히 연결되는 세계가 제시하는 기회를 잡기 위해 개인 혹은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