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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지난 5년간 한 일 없다는 건 3300 산은 직원에 대한 모독"

2022-05-02 16:59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에 KDB산업은행 회장직 사의를 표명한 이동걸 산은 회장이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을 열었다. 임기 만료까지 1년 4개월여를 남긴 그는 이번 사의 표명이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비롯한 일각에서의 산은 무용론 등 맹목적 비판에 대해 작심발언을 내놨다. 

이 회장은 2일 간담회에서 "정책금융기관, 특히 산업은행은 은행인 동시에 정책기관이라 생각한다"며 "정부와 밀접하게 협조하는 곳이고, 정부 산업정책과 발 맞춰서 하는 곳이라 정책적 측면과 은행적 측면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에 KDB산업은행 회장직 사의를 표명한 이동걸 산은 회장이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을 열었다./사진=산업은행 제공



이어 정부 개편시기마다 반복되는 야당과 언론들의 정책기관장 흔들기를 의식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현행 임기가 3년인 탓에 산은을 비롯해 정책기관들이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는 까닭이다. 

대신 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집권기간과 동일하게 5년으로 맞추거나 2년 6개월로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과 정책코드를 맞출 수 있는 기관장 인사가 대통령 퇴임과 동시에 같이 물러나는 것이 차기 정부의 철학과 일관성 측면에서 적합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정부와 정책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제 평소 생각이었고 그래서 평소 제가 사석에서 한 것처럼 정부가 바뀌면 나는 그만 두겠다고 미리 말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새 정부 취임과 더불어 사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3년 임기라 해서 정부교체기마다 흔들기를 하고 설왕설래하고 5년 주기마다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차제에 주요 정책기관을 선별해서 그 기관은 2년 6개월로 임기를 맞추던지 5년으로 맞춰서 정부와 정책기관장의 임기를 맞출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9월 취임해 한 차례 연임까지 약 5년동안 산은을 이끈 수장으로서 최근 인수위를 비롯해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한 '산은 무용론'에 대해서도 작심발언을 내놨다. 특히 마지막 기자간담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이 회장은 "일각에서 맹목적인 비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5년간 산은이 한 일이 없다는 둥, 3개로 쪼개야 한다는 둥, 도를 넘는 정치적 비방은 신정부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 본다"면서 "이는 산은이라는 조직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할 일을 하는 3300명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 당시 산은 상황을 되새기며, 기자간담회 내내 '팩트(fact)'를 강조했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금호타이어, 한국지엠,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등 11개 기업이 구조조정에 성공하고, 3곳이 실패한 만큼 무용론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 산업은행 창구에는 정리되지 않은 현안 부실기업이 즐비했다. 남들이 처치하기 싫어하는 기관만 산적했다"면서 "그 전 정부에서 별로 해결한 것이 없던 것처럼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시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의 증언에 의하면 최경환 임종범 등(박근혜 정부 인사)이 수조원 투입을 다 결정하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있다. 산은이 그 돈을 단독으로 투입했겠나. 불가능하다"며 "산은 죄는 (자금 투입을) 거역하지 못한 죄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구조조정이 거의 되지 앉았던 게 자금을 투입하는 식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될 수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또 산은을 물려받을 당시 재무구조가 '자본잠식' 직전 수준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난 5년간 산은이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 정부에 고스란히 넘겨준 점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금리인상으로 시중은행이 가계대출에서 손쉽게 예대마진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을 빗대어 산은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예대마진이 시중은행이 1.45%, 산은이 0.68%로, 시중은행 대비 0.77% 적다. 마진을 그렇게 적게하면서 기여하는 것"이라며 "0.77%의 마진 차이는 1년에 1조 5000억원의 수익을 덜 내면서 핸디캡을 갖고 일한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은은 손쉬운 주담대로 이자율 장사를 하는 은행이 아니다"며 "우리는 주담대 장사를 하지 않아서 이자를 얻기 힘들다. 산은은 이자보다 비이자이익이 많은 유일한 은행이다"고 강조했다.

또 "2016년 1조 3000억원까지 떨어졌던 이익 잉여금은 지난해 7조 4000억원까지 늘어 안정화됐고, 2017년 이후 5년간 정부에 지급한 배당과 납부한 법인세만 2조 2102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산은 부산이전에 대해서는 "퇴임 후 말씀할 기회를 준다면 그때 조목조목 밝히겠다"고 말하면서도, 인수위 등이 공론화 절차 없이 무리하게 작업을 추진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회장은 "산은은 국가 정책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기능이 저해되면 큰 일"이라며 "논리적 토론 없이 주장만 되풀이되고, 껍데기만 얘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수위의 입장과 전면배치되는 '우리나라에 두 개의 금융중심지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발언한 데 대해 전적인 공감의 뜻을 내비쳤다.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산은 이전 근거로 내세우는 '지역균형발전론'에 대해서는 "부울경 지역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추진한 산업화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혜받은 지역"이라며 "기간 산업이 거의 대부분 부울경 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집중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며 "이제는 스스로 자생하려는 노력을 좀 해달라"며 "(부산이) 제2의 금융중심지면 스스로 자생해서 다른 지역을 좀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특히 산은 이전으로 2조~3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는 지역 일각의 주장에 대해 한때 '학자'로서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지방 이전시 2조~3조원의 부가가치는) 전혀 근거 없을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마이너스 효과는 무시한다"며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지도 확인할 수 없지만 국가경제 마이너스 20조 발생하면 어쩔거냐"고 말했다.

또 "부울경이 대한민국 경제의 싱크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의 알짜 산업을 다 가지고 있으면 구조조정하고, 스스로 유치하고 키우고 계속 발전해달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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