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마지막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복권이 요원해졌다.
대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기대했던 재계는 실망감이 역력한 분위기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퇴임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일까지 특별 사면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 준비를 위해 늦어도 이번 주 초까지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며 “사법 정의에 부딪칠지(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7.4%,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8.8%, 반대한다는 응답은 23.5%로 찬성 의견이 현저히 높았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경우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더 높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3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특정인만 사면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 아래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그러나 문제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현재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이 부회장을 정치인과 같은 선상에 올려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향후 5년 간 취업 제한을 받는다. 이에 따라 회사 업무 복귀가 허용되지 않고,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별도의 승인이 필요하다. 수감 생활은 끝났지만 사실상 사법 문제에 발목이 묶여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과제는 물론, 대만 TSMC와의 파운드리 사업 격차를 좁히고,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스마트폰 사업 추격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국가 경제의 위기라는 것이 재계의 목소리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5단체는 지난달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역량 있는 기업인들의 헌신이 필요하다”며 이 부회장을 포함한 기업인 사면을 청와대와 법무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사면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오는 6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사면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