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주주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자사주 매입, 안전·품질 조직개편에 이어 광주 화정아이파크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연이은 사고로 추락한 이미지와 부실시공 논란에서 벗어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기업가치와 신뢰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5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정몽규 HDC그룹 회장,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김홍일 HDC현대산업개발 경영본부장./사진=미디어펜 이동은 기자
9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사 중인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8개 동을 모두 철거한 후 재시공할 계획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오전 용산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너진 동뿐만 아니라 나머지 동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 모두 철거해달라는 입주예정자들의 요구가 있었다”며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3분 분량의 기자회견 입장문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5번, ‘안전’이라는 단어를 4번 사용하면서 수없이 강조했다. 안전성에 대한 믿음 없이는 공사 수주와 진행이 불가능한 만큼 국민의 신뢰가 기업 존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에서의 연이은 사고로 기업가치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아이파크 단지들도 나오고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찾기 힘들어졌다.
이에 정몽규 회장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큰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미 화정아이파크 사고와 관련해 지난해 연결기준 1755억원의 추정 손실을 반영했으며, 전면철거로 약 2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0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감당해야 하지만, 그만큼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전히 영업정지 처분, 수주경쟁력 저하, 화정아이파크 입주 지연 보상 등의 과제가 남아있지만, 정몽규 회장의 ‘승부수’가 신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철거 범위나 방법에 대한 논의가 길어질수록 입주예정자들의 불안감과 회사의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경영진 측에서 조건 없이 새롭게 짓고 이를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자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회사 재건과 신뢰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정몽규 회장은 주주 신뢰 회복과 주가 방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사고가 터지기 전날인 지난 1월 10일 종가 기준 2만 5800원에서 지난 6일 종가 기준 1만 5100원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다. HDC의 주가도 1만 600원에서 7300원으로 떨어졌다.
정몽규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사고 이후 지속해서 HDC 주식을 매입해 왔으며, HDC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식을 사들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HDC의 최대주주는 앞으로도 회사의 신뢰 회복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HDC현대산업개발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경제개혁연대가 네덜란드 연금 투자회사 APG로부터 위임받아 제안한 △지속가능경영, 안전 경영 등에 관한 회사 의무를 명문화하는 전문신설 △안전보건 전문 사외이사 1명 이상 선임 등의 정관변경 내용을 받아들였다.
안전 강화를 위한 안전 조직 확대 개편에도 나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혁신적인 품질·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올해 2월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정익희 부사장을 선임했으며 이달에는 CSO 조직의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품질혁신실과 안전관리실의 수장도 외부에서 추가로 영입했다.
정몽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이파크를 사랑하시는 모든 고객과 국민 여러분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