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와아!"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잘 가꾸어진 숲과 정원은 방문객을 반겼다. 전면 개방 2일차. 청와대 곳곳에서 연신 탄성이 나오는 가운데 1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거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극소수의 최고 권력자들만이 전유했던 청와대가 10일 활짝 열린 후, 본보는 이틀째인 11일 오전 직접 찾았다.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을 비롯해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녹지원과 상춘재까지 모두 국민의 품에 안겼다.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꼽히는 녹지원에는 역대 대통령들이 심은 나무를 포함해 100종이 넘는 나무가 그 모습을 뽐내고 있다.
청와대의 완전한 개방으로 광화문에서부터 북악산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새로운 명소이자 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권력자의 공간에서 시민 품으로 돌아간 청와대는 서울의 새 랜드마크로 떠오를 전망이다.
청와대 본관 전경. 11일 오전 남녀노소 관람객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는 등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춘추관 뒷편. 대통령비서실 건물 뒷편의 헬기장(잔디밭)에는 5월 11일 현재 관람객들이 잠시 쉴 수 있는 인디언텐트 수십개가 펼쳐져 있다. /사진=미디어펜
이번 전면개방은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서부터다.
공식 청와대 개방 행사는 10일 정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열렸다. 일일 관람인원은 3만 9000명까지 가능하다.
원래 청와대는 일부 경로를 공개하여 관람객을 받고 있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이전 일일 1500명 수준이었다.
개방 후 첫 주말인 14일 방문예약을 신청한 인원만 22만 7927명(4월 29일 오후 4시 기준)에 달할 정도로 온 국민의 관람 열기는 뜨겁다.
본보가 11일 오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한 인원만 해도 1만명을 넘었다. 매일 오전 7시를 시작으로 9시, 11시, 13시, 15, 17시에 이르기까지 시간별로 6500명씩 입장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공간 곳곳에서는 시간대별로 다양한 공연과 체험 행사가 열린다. 대정원, 춘추관 앞, 녹지원, 영빈관 앞, 칠궁 등에서 농악, 줄타기, 퓨전 음악 공연 등이 펼쳐진다.
기존 청와대 관람 동선에는 본관, 영빈관, 녹지원만 있었으나 이제는 관저 및 침류각도 볼 수 있다. 2018년 보물로 지정된'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과 오운정 또한 관람하고 있다. 다만 건물 내부는 비공개다. 본보가 이날 청와대 전체를 다니는 데는 2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청와대 경내에는 이러한 산책로가 곳곳에 놓여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다른 공간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다. 새로운 길을 처음으로 걷는 즐거움이 나온다. /사진=미디어펜
특히 청와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산책로가 곳곳에 뻗어 있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청와대 개방으로 백악산(북악산), 청와대, 경복궁, 세종대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중심축을 도보로 다닐 수 있게 됐다. 청와대 서쪽 칠궁과 동쪽 춘추관에서 백악산으로 향하는 등산로 또한 열렸다.
청와대 서쪽에 위치한 칠궁은 조선시대 왕이나 왕으로 추존된 인물을 낳은 후궁 7명의 신위를 모신 사당이다.
직접 확인해보니, 각각의 등산로 길은 청와대 백악정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만세동방을 거쳐 청운대 쉼터까지 이동할 수 있다. 청운대 쉼터에서 서쪽으로는 창의문, 동쪽에는 숙정문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의 전면 개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드론 비행 및 촬영은 전면 금지된다. 흡연과 음주 또한 할 수 없다.
청와대는 말 그대로 파란색 기와로 지붕을 만든 집이다. 청와대의 현대 건축물 모두 1970년대 이후 건립됐는데, 궁궐 양식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중심 건물인 본관, 18개 돌기둥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영빈관, 외빈 접견을 위해 준공된 상춘재 등이 있다.
11일 오전 수천명의 관람객들이 이 건물들 앞에서 웃고 떠들며 함께 셀카를 찍고 찍어주는 등 즐거운 시간을 누리는 모습은 그들 모두에게 분명 뜻깊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5월 11일 오전 관람객들이 침류각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관람을 마치고 춘추관으로 내려가는 길.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사진=미디어펜